여전히 증인이나 변호인을 가리지 않고 막말하는 판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가 공개한 법관 평가 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소송 당사자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막말을 하는 판사들이 다수 지적됐다.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이슈가 되는 시점에서 신뢰 확보 차원에서라도 문제점에 대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변회에 따르면 형사 재판을 맡은 한 판사는 피고인 측의 주장에 "왜 이런 식으로 주장했느냐. 증인을 불러서 변호인 주장이 사실이 아니면 피고인에게 가중처벌을 하겠다"고 고압적인 자세를 보인 경우도 있었다.
또한 증인에게 유도 신문을 한다는 이유로 큰소리로 고함을 치고 신문을 제지했으며, 검찰 측의 유도 신문에 이의를 제기하자 "동네 양아치나 하는 짓을 한다"고 변호인에게 면박을 주기도 했다.
예단과 선입견을 드러내는 사례도 공개됐다.
한 판사는 피고인 측이 증인을 신청하려 하자 "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느냐"며 증인 채택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무죄변론을 하는 변호인의 말을 중간에 끊으면서 "내가 이 만큼 얘기하는데 계속 무죄 변론할 겁니까"라고 따진 판사, 항소심 첫 기일에 "저는 원심(1심)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속마음을 드러낸 판사 등 다양한 사례가 공개됐다.
예의 없는 언행으로 재판 당사자들을 불쾌하게 한 사례도 다양했다.
변호사를 "XXX 씨"라고 호칭하거나, 소송 관계자 출석을 확인하면서 변호사에게 "당신 말고 그 옆에"라고 반말을 한 사례가 지적됐다.
여성 변호사에게 "나는 여자가 그렇게 말하는 건 싫어한다"라고 말하며 성의식에 문제를 드러낸 판사도 있었다.
이혼 조정 절차에서 이혼을 원하는 70대 원고에게 별거를 권하면서 "(집 나와서 혼자) 그렇게 사니 행복하십니까"라고 물어본 판사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판사들의 막말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문제는 법정이 아니라 익명성이 보장된 판사 전용 게시판에서 그 막말의 수위가 더한다는 점이다.
한편,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 등 여야 의원은 지난해 8월 10일 막말판사에 대한 외부 감시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판사 인사 평가시 대한변호사협회 의견을 참고하도록 규정하는 '법원조직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지난해 11월 20일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통과가 됐다.
이 개정안은 법관의 주된 업무인 재판정에서의 업무수행과 판결문의 공평·타당성을 가장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인사에 반영해 법원과 판사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도와 신뢰도를 개선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김 의원은 "법원과 판사의 사회적 권위는 절대적이기 때문에 상향식 다면 평가를 통해 스스로를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회의 법관평가제도를 도입하면 법원의 공정성과 신뢰도가 한층 더 높아지며 막말도 사라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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