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반년 빌어도 '外대주주 과세' 밀어붙이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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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8-01-2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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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코리아'를 우려하는 증권업계가 외국인 대주주 과세를 강화하지 말라고 반년 가까이 읍소했으나, 정부는 그대로 밀어붙일 전망이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정부에서 세법 개정안을 내놓은 2017년 8월부터 줄곧 외국인 대주주 과세 확대를 철회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국내 증권사뿐 아니라 외국계 기관투자자도 나란히 기획재정부를 찾아 꾸준히 항의했다.

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7월 시행할 예정이다. 이를 적용하면 외국인 투자자는 상장주식을 5% 이상 보유할 경우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에 들어간다. 현재 기준은 지분 25% 이상이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투자자 이탈을 우려한다. 전 세계 기관 투자자에 벤치마크 지수를 제공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과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도 외국인 엑소더스를 경고했다.

금투협은 기재부에 낸 서면자료에서 이런 우려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주식중개를 맡는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양도소득세 원천징수가 어렵고 결제불이행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해외선 드문 외국인 과세 강화

전 세계적으로 봐도 외국인 주식투자에 과세하는 나라가 드물다. 자본시장 선진국 가운데 미국과 영국, 호주, 싱가포르, 홍콩은 유가증권 양도소득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중국도 비상장주식에 대해서만 세금(10%)을 매긴다. 일본처럼 지분 25% 이상을 보유하면 과세하는 나라도 존재하기는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거래세도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상장주식과 비상장주식에 대해 각각 0.3%, 0.5%를 거래세로 부고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영국이 0.5%로 가장 높다. 그에 비해 싱가포르와 홍콩은 모두 0.2%로 우리보다 낮다. 미국과 호주, 일본은 아예 없다. 즉, 우리나라는 거래세를 더 받으면서도 양도소득세 부담까지 늘리려는 것이다.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중국은 MSCI 신흥국지수에 들어가려고 세제 불확실성을 꾸준히 줄여왔다"며 "우리나라가 바라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이번 조치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 "한국서 짐 싸야"

외국인 고객이 많은 증권사는 사업을 접어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낀다. 주식중개를 맡으면 양도소득세 원천징수 의무가 발생하고, 자칫 세금을 대신 부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행령 개정안은 매도액 11%를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가산세를 합치면 12.1%까지 늘어난다. 예를 들어 하루에 1억원씩 100건을 중개한다고 치자. 이러면 위험액이 하루에만 12억1000만원에 달한다. 이를 연간 영업일(200일)로 곱하면 2420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증권사는 고객 지분율과 취득가액 정보도 확인할 수 없다. 고객이 공개해도 검증은 불가능하다. 정확한 세액을 징수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만약 추징이 발생하면 원천징수세액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국제분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증권사는 거래액 11%를 먼저 원천징수했다가 경정청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외국인 투자자가 원천징수에 동의하지도, 주식을 인도하지도 않으면 결제불이행은 불가피하다.

기재부는 조세조약 미체결국이나 조세조약상 과세 가능한 비거주자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거래마다 양도소득세 면제 신청서를 써야 하고, 거주자 증명서도 내야 한다. 결제일이 거래를 마친 2영업일 후인 점을 감안하면 시간도 빠듯하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 외국에서는 원천징수를 하지 않고 회계사나 세무법인을 통해 자진신고한다"며 "증권사가 어쩔 수 없이 양도액 11%를 떼더라도 외국인 입장에서 거부감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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