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막바지 담금질에 들어간 진천선수촌에서 처음 호흡을 맞추며 힘차게 외친 구호다. 영하 16도 한파의 추운 날씨에도 남북 선수들은 밝은 표정으로 첫인사를 나눴다.
감독과 선수 12명, 지원 스태프 2명으로 구성된 15명의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은 25일 오전 육로를 통해 입경해 우리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는 충북 진천선수촌 빙상장에 도착했다.
우리 측에선 이재근 선수촌장과 이호식 부촌장,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이 북한 선수단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환영했고, 우리 선수들은 빙상장에서 꽃다발을 들고 북한 선수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어 박 감독은 “경기에서 지겠다는 팀은 없다. 우리 모두는 기술과 육체 기술을 모두 발휘해서 좋은 경기를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모든 것을 다 노력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새라 머레이 우리 대표팀 총감독도 박 감독으로부터 꽃다발을 전해 받은 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나누며 활짝 웃었다. 다만 머레이 감독은 이번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북한 선수단은 김은정, 려송희, 김향미, 황용금, 정수현, 최은경, 황선경, 진옥, 김은향, 리봄, 최정희, 류수정으로 구성됐다. 북한 선수단이 합류한 남북 단일팀은 총 35명으로 구성된다. 남북 단일팀은 진천선수촌 빙상장 4층에 새롭게 마련한 35개의 라커를 사용하는데, 한국 선수 2명과 북한 선수 1명 순으로 자리를 섞어 배치했다.
남북 단일팀은 합숙훈련 기간 동안 같은 라커룸을 사용하지만, 숙소는 다른 곳에 묵는다. 북한 선수들은 진천선수촌 내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하며 우리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지 않는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은 북한 선수들을 직접 만난 뒤 조금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우리 대표팀 간판 공격수 박종아는 새로 바뀐 라커룸을 보며 “오늘 처음 봤는데, 이제야 조금 실감이 난다”고 말했고, 주전 골리 신소정도 “이제 실감이 난다. 시간이 없으니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취재진의 뜨거운 열기에 북측 관계자가 나서 인터뷰를 제한하기도 했다. 건장한 체격의 북측 관계자는 “멀리서 오신 분들이니 빨리 휴식을 좀 주도록 하자”고 웃으며 추운 날씨 탓에 떨고 있는 북한 선수단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재근 선수촌장은 “국가대표 선수촌 입촌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남은 짧은 기간 동안에 한 마음 한 뜻으로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적을 내주시길 기대한다. 훈련하는 데 부족함 없도록 지원하겠다”고 든든한 후원을 약속했다.
또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도 “머레이 감독이 선수들이 빨리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며 “북측은 하키를 호께이라 부르는 등 용어가 다르다. 이런 부분들을 빨리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부턴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직접 마주하면서 잘 해야 하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한편 남북 단일팀 선수들은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합동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주는 북한 선수들의 기량을 테스트하며 선수단 파악에 집중한 뒤 전력 구성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활용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북한 선수들의 스케이트와 스틱 등 기본적인 경기 용품은 합의 사항에 따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원하고, 나머지 개인 장비는 북한 선수들이 가져왔다. 남북 단일팀 유니폼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가 지원하기로 했고, 조만간 선수들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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