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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작가]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 등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카드를 꺼내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위스에서 열리고 있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다.
지난해 다보스에서는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한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에 맞서는 ‘자유무역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올해 다보스에서 트럼프는 시 주석과 달리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시진핑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류허(劉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중국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 지난 24일 '중국의 경제정책'을 주제로 연설을 했다. 류 주임은 "시 주석의 작년 다보스포럼 개막 연설 이후 중국은 보호무역주의와 맞서 왔다. 중국은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결연히 반대한다"며 "개혁·개방정책 40주년인 올해 중국은 국제사회의 기대를 뛰어넘는 새롭고 강력한 개혁·개방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 주석이 내놓은 ‘인류운명 공동체론‘을 제시하면서 시 주석의 보호무역주의 배격 입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기후변화, 기술진보의 양면성, 테러리즘 등 전 세계가 직면한 도전에서 그 어떤 국가도 나홀로 대응할 수 없다. 경제 글로벌화가 개방·포용·균형·상생의 방향으로 더욱 발전돼야 한다. 중국은 변함없는 세계 평화 건설자, 글로벌 발전 공헌자, 국제질서 수호자로서 앞으로 국제사회와 함께 글로벌 거버넌스를 함께 논의·건설·공유하고, 다자주의를 수호하고, 다자간 무역체제를 지지하며, 공동의 성장과 진보를 추진하겠다."
‘반세계화, 미국우선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에 대한 전 세계의 반감이 극대화되면 될수록 중국의 이 같은 주장은 솔깃해질 수 있다. 초강대국 미국을 대신하는 중국의 새로운 역할에 기대를 걸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연설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것이 2001년 12월로, 20년이 채 지나지도 않은 중국이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선 현실은 ‘격제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은 류 주임이 강조하듯이 지금껏 ‘변함없는’ 세계 평화 건설자이자 글로벌 발전의 공헌자, 국제질서 수호자로 역할을 해왔던가?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은 6자회담의 최대주주로서 오늘의 북핵 사태에 이르게 한 책임이 가장 크다고도 할 수 있다. 변함없이 북핵 개발의 ‘방관자‘ 역할을 하면서 미국을 견제해온 것이 사실 아닌가.
불과 며칠 전까지, 올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한파가 몰려오기 전까지만 해도 서울·수도권은 물론 한반도 전역이 초미세먼지의 습격으로 고통을 겪었다. 국내에서 생성된 초미세먼지도 적잖았지만 중국발 요인이 50% 이상이었다는 점에서 사상 유례 없는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 조치도 별무효과였다.
황사는 물론이고 초미세먼지 등 중국발 환경오염이 주변국에 미치는 피해와 영향에 대해서 중국은 질끈 눈을 감았다. 한국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는 것인지 중국에 ‘오염원을 줄여달라’는 등의 중국발 대기오염과 관련한 협의를 강력하게 요청한 적은 없었지만, 중국정부 스스로도 이와 관련한 조치를 취한 바는 없다. 베이징에서 국제회의가 열리거나 중요행사가 열릴 때마다 인공강우도 서슴지 않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이 당당하게 ‘인류운명 공동체론‘을 주장하려면 중국으로 인한 이웃나라의 피해부터 살펴봐야 한다.
또 하나 짚어보자. 우리나라에 배치한 미국산 사드포대가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특정기업에 대해 무차별적인 경제제재를 가하고 한국과 한국기업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보복을 가해온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지금껏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외면하면서도, 다보스에 가서는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는 국제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것이 중국의 뻔뻔한 ‘강대국놀이’의 실체다.
그렇다고 G2라는 중국의 위상을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다. 경제강국에 이어 미국을 대신하는, 미국에 버금가는 국제질서의 수호자로서의 위상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 그만큼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제라도 중국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실천하고, 개혁·개방 40년 역사에 걸맞게 개방하는 것이 우선이다.
중국정부가 세계적 전자상거래업체로 성장한 알리바바와 징둥 등 류 주임과 함께 다보스포럼에 동행한 중국의 양대 전자상거래 업체로부터 글로벌 스탠더드를 배운다면, ‘자유무역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한 중국의 행보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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