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중 세 나라의 '호랑이'가 한데 모인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중국 국가박물관과 함께 특별전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韓國·日本·中国'을 개최한다. 오는 3월 1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1998년 개최한 '우리 호랑이, 虎'전 이후 20년 만의 호랑이 미술전이다.
호랑이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수호랑')이자 한민족 신화의 상징으로, 동아시아에서 백수의 왕으로 여겨왔던 신성한 동물이다. 전시는 중국과 일본의 호랑이 미술 대표작을 포함해 동아시아권 호랑이 미술의 전반적인 흐름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전시장에선 삼국의 고대부터 근현대의 미술에 이르기까지 원시신앙과 도교, 불교 관련 호랑이 작품을 비롯해 생활 속에서 다양한 의미로 변주된 세 나라의 회화·공예·조각·직물 작품 총 105건 145점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김홍도(1745~1806?)의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 '죽하맹호도(竹下猛虎圖)'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맹호도(猛虎圖)'를 같은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화제가 되고 있다. 현존하는 조선 호랑이 그림 중 가장 큰 그림인 '용호도(龍虎圖)'도 이들과 짝을 이뤄 선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용호도를 이런 구성으로 전시하는 것은 최초"라며 "조선 말 관청의 문비(門扉)나 대청에 붙이는 세화(歲畫)로 추정되는 대형 걸개 그림으로, 거침없는 용필과 용묵을 보여주는 걸작"이라고 소개했다.
일본 작품으로는 무가(武家)의 사랑을 받으며 유행했던 소가 조쿠안과 가노 미치노부의 '용호도' 6폭 병풍, 사생력과 장식성을 갖춘 개성적인 화풍의 마루야마 오쿄의 '호소생풍도(虎嘯生風圖)' 등이 있다. 중국에선 오래된 호랑이 숭배문화를 보여주는 상대(商代)의 옥호(玉虎)를 비롯해 호랑이 토템을 보여주는 지배층의 무기, 호랑이 도자베개 등의 벽사(辟邪, 귀신을 물리침)와 호신(護身)을 기원하는 다양한 공예품을 내놓았다.
전시는 모두 5부로 구성됐다. 제1부 '한민족의 신화, 한국의 호랑이'는 고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한민족의 호랑이에 대한 신앙과 외경심이 표출됐던 고분미술의 백호(白虎), 불교미술의 산신(山神)과 나한을 묘사한 작품, 군자(君子)와 벽사(辟邪)의 상징으로 그려진 회화 등을 소개한다. 이어 2부 '무용(武勇)과 불법(佛法)의 수호자, 일본의 호랑이'에선 무로마치 시대 이후 선종(禪宗) 사찰과 무가의 후원으로 유행했던 용호도와 무용(武勇), 길상의 의미로 호랑이가 장식된 무기와 복식, 도자기, 장신구 등을 만날 수 있다.
3부 '벽사(辟邪)의 신수(神獸), 중국의 호랑이'는 사신(四神)과 십이지(十二支)와 같이 수호자로서의 호랑이 개념이 성립됐던 중국 고대의 작품들과 이세탁(1687~1771)의 손가락으로 그린 호랑이, 옹동화(1830~1904)의 서예작품 등을 선보이고 4부 '백중지세(伯仲之勢), 한일중 호랑이 미술의 걸작'은 조선의 '용맹한 호랑이'와 일본 에도 시대의 '유마용호도(維摩龍虎圖)', 중국 상나라의 '호랑이 장식 꺾창(靑銅虎首形內戈)'을 소개한다. 마지막 5부 '전통(傳統)과 변주(變奏), 동아시아 근현대의 호랑이'에선 호랑이 미술의 전통을 계승하거나 근·현대 문화 속에서 호랑이를 새롭게 해석한 근현대 작품을 접할 수 있다.
한·일·중 세 나라의 호랑이 미술은 호랑이가 수호신, 군자, 전쟁, 무용 등을 상징하고 벽사의 의미로 등장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러한 생각은 중국에서 시작됐고 한국과 일본에 전파돼 동아시아가 공유하는 호랑이의 주요 덕목이 됐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호랑이 신화·설화가 많았던 한국에선 신통력을 지닌 기백 있는 영물이자 해학적이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친구로 등장했지만, 호랑이가 서식하지 않았던 일본은 선종(禪宗) 사원으로 유입된 중국 송대 용호도의 영향으로 용호도 형식이 유행했다"고 차이점을 밝혔다.
3채널 '스크린 X' 영상으로 제작된 호랑이 다큐 영상도 눈길을 끈다. 전시실 입구 영상실에서 상영하는 '호랑이, 우리 안의 신화'는 박종우 감독이 러시아와 중국의 야생의 산과 들에서 촬영한 것으로, 동아시아인들이 호랑이에게 품었던 경외와 찬탄, 두려움을 오롯이 담아 냈다.
전시는 3국 국립박물관장 회의와 연계해 한·일·중 국립박물관이 2014년부터 2년마다 전시를 공동개최해 왔으며, 이번이 세 번째 특별전이다. '한·중·일'이라는 표현 대신 '한·일·중'을 전시 제목에 쓴 것은 전시 개최국을 맨 앞에, 다음 개최국을 두 번째, 그 다음 개최국을 세 번째로 표기하기로 한 세 국립박물관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한편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호랑이와 관련된 문화상품 50여 종을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고,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서는 호랑이 그림동화책에 나오는 그림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기획한 '어흥, 저는 호랑이입니다'라는 전시 연계 체험전을 진행한다. 또 호랑이 관련 도서·학술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국립중앙박물관 도서관에서는 '책으로 보는 기획특별전' 코너가 운영되고, 국립중앙박물관 내에 위치한 극장 용은 김홍도가 화첩기행을 떠나 맹호도를 그리게 된 이야기를 창작 판소리 음악극으로 꾸민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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