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28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미성아파트 화재는 각 소화전에 물을 공급하는 중앙 펌프를 누군가 잠가 놓는 바람에 피해가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서울 은평구 아파트서 발생한 화재로 불이 난 집에 살고 있던 91세 김모씨가 병원으로 옮겨져 사망했고, 구모씨(56)와 나모씨(55)도 중상을 입고 입원해 1명 사망 2명 중상이라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다른 가족 한 명은 화재가 났을 때, 외출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화재로 14층 1가구가 전소(全燒)됐고, 윗층 1가구도 반소(半燒)됐다.
이날 서울 은평구 아파트서 발생한 화재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오후 7시 7분 쯤. 5~6분 뒤 은평소방서 등 인근 소방서 4곳에서 소방관 100여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관들은 불이 난 14층으로 올라가 복도에 있는 소화전에서 물을 끌어와 불을 끄려고 했다. 그러나 물이 나오지 않았다. 이어 13층과 15층 등 다른 층의 소화전 밸브를 열어봤지만 역시 물은 나오지 않았다.
소화전 호스로 물을 뿌리기 위해서는 수조에서 물을 끌어오는 펌프가 자동으로 작동해야 한다. 아파트 동별로, 층별로 곳곳에 나눠져 있는 소화전 밸브를 열면 자동으로 펌프가 작동해 물이 나오는 방식이다.
전영환 은평소방서 예방과장은 서울 은평구 아파트서 발생한 화재에 대해 “아파트 단지에서 소화전을 중앙관리하는 시설이 작동 중단된 상태(수동)였다”며 “정상적으로는 작동이 되도록 (자동으로) 열려 있어야 하는데 누가, 왜 작동을 중단시켜놨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과장은 “소방법 관련 규정상 아파트 소화전은 상시 자동 상태로 있어야 한다”며 “이를 수동으로 바꾼 것은 법적 책임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명 사망 2명 중상이라는 피해가 발생한 이번 화재로 누군가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내 주민들은 “신고 후 소방 관계자들이 도착한 이후 20~30분이 지나고 나서부터 화재 진압이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기동팀이 확보한 동영상에도 불길이 바깥으로 치솟는 것을 지켜보던 주민이 “왜 물을 안뿌려요?”라고 재촉하는 음성이 나온다.
이날 화재 최초신고자인 주민 정모씨(51)는 “처음 불이 났을 때만 해도 금방 끌 것 같았는데 20분 가량 진압이 늦어지자 순식간에 불길이 거세졌고 내 집까지 타버리게 됐다”고 했다. 정씨의 집은 화재가 난 14층 1호라인의 바로 윗집인 15층 1호 라인으로 반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아파트 주민 안모씨(62)는 “오늘 하루 한파로 단지 내 약 30곳에서 동파 사고가 났다”며 “물이 소화전으로 흐를 경우 얼면서 다른 곳까지 동파될 것 같아 펌프를 잠가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소화전 사용에 실패하면서, 소방헬기와 펌프차(물탱크차)를 출동시켰고 펌프차가 도착한 후 물 호스를 14층까지 끌어올려서 화재진압을 시도했다.
28일 오후 7시 7분쯤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15층짜리 아파트 14층에서 불이 나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구모(64)씨의 집에서 발생한 불은 1시간 20여 분만인 오후 8시 28분께 완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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