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우리 목표는 중산층 자산관리 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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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18-01-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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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보드뱅킹 서비스 국내 첫 시도

  • 글로벌+로컬 기능 겸비 장점 살려

  • 4대 은행 빈큼 소매금융에 초점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중산층 자산관리 은행이 되겠다는 목표로 리테일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SC제일은행은 로컬은행과 글로벌은행의 기능을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hybrid) 은행'입니다. 글로벌금융과 기업금융은 이미 타행과 차별성을 띠고 있는 만큼 '중산층 자산관리 은행'이 되겠다는 목표로 리테일을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금융 환경이 비대면으로 옮겨가면서 타행에서는 이제서야 인력과 점포망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SC제일은행은 선제적으로 미래에 대비한 조직을 만들어놨다"고 자신했다.

박종복 행장은 과거 취임 10개월 만에 항아리 모양의 인력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2015년 말에는 한꺼번에 1000명 가까운 직원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퇴직 행원은 당시 전체 직원의 20% 수준에 달했고, 뼈아픈 과정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전통 방식의 대면 채널과 이에 상응하는 인력은 구조적 비용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의 임직원수는 지난해 3분기 기준 4500여명, 점포는 250여개 수준으로 슬림화됐다.

◆디지털 금융 SC그룹, 국내 은행 선두로 나선다
조직의 몸집이 날렵해지자 박 행장은 디지털에 초점을 맞추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키보드뱅킹'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키보드뱅킹은 별도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 대화창에서 키보드에 설치된 SC제일은행 로고 버튼을 누르면 모바일뱅킹과 바로 연결되도록 하는 서비스다. 휴대폰으로 송금하기 위해 별도 앱을 실행하고 로그인 해야 하는 절차를 휴대폰 키보드의 단축키 하나로 대폭 간소화한 것이다.

이는 스탠다드차타드그룹 내 최초이자 국내에서도 SC제일은행이 최초로 선보인 금융 플랫폼이다. 편리성을 인정받아 스탠다드차타드그룹 내 14개국으로 수출할 예정이며, 신한은행에서는 다음달 출시한다.

박 행장은 "키보드뱅킹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만큼 금융 서비스로 정착하길 바란다"며 "투박해 보이고 세련되지 않아도 고객들이 한 눈에 어떤 서비스인지 알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여성임원 육성에도 적극적
박 행장은 국내 금융회사 주 보기 드물게 여성임원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여성임원 비율이 가장 높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까지 부장급 이상 관리자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현재 부장급 이상 관리자 중 여성 비율은 18% 정도다.

이는 그룹 내 '다양성과 포용성 위원회'에서 인종·언어·성별 등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젠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룹 차원에서 여성 참여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만큼 국내 다른 은행보다 문화 구조적으로 앞서갈 수밖에 없다.

박 행장은 "여성 인재를 찾아내고 키우는 일은 회사의 장기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며 "경영진 차원에서 체계적인 여성 인재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종복 2기 체제' 가동
2015년 1월 최초 한국인 행장에 오른 박종복 행장은 지난 14일 연임에 성공하며 2기 체제에 돌입했다. 소매금융 토착화와 호실적이 주효했다.

제일은행이 외환위기를 겪은 뒤 1999년 외국계 은행으로 탈바꿈하면서 리테일 영업이 쉽지 않아 "소매금융을 포기한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박 행장이 자리에 앉으면서 기존 제일은행이 갖고 있던 인지도를 회복했다.

그는 "고객들이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잘 모르는데 리테일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가 없었다"며 "SC제일은행이라는 은행명은 이름에 '제일'을 넣거나 아예 소매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필사즉생(必死卽生)의 주장을 통해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노력 덕분에 SC제일은행은 2016년 22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전년 2858억원 적자)에 성공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37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9% 증가했다. 2기 체제에서도 그가 할 일은 명확하다. 리테일 분야를 더욱 성장시키는 것이다.

SC제일은행은 전세계 70여개국 금융시장에서 영업 중인 SC그룹과 연결된 만큼 기업금융 부문은 이미 부가가치가 크고 생산성도 높다. 따라서 국내 4대 시중은행이 해외진출에 집중하는 동안 SC제일은행은 소매금융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박 행장은 "글로벌과 로컬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은행이 우리의 정체성"이라며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위 1%를 위한 서비스가 아닌 중산층 위한 프리미엄 뱅킹이 목표인 것이다.

그는 "시중은행 규모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유일한 은행"이라며 "이것이 SC제일은행의 비전이고 한국 최고의 글로벌 은행임을 자부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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