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원 신임 금융투자협회장 당선자는 국민 재산증식을 위해 먼저 풀어야 할 과제로 자본시장 선진화와 위상 높이기를 꼽는다.
그는 30일 본지와 통화하면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말하면 투기 조장으로 보거나, 소비자 보호를 게을리하지 않겠느냐는 불신을 갖는다"며 "하지만 금융투자사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충분히 성숙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기를 지나며 금투업계도 '리스크·리턴(위험·보상)'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체득했다"며 "정부는 금투업을 산업군 가운데 하나로 보고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수장을 맞이하는 금투협은 건전성 규제와 소비자 보호에서 균형을 잡아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권용원 당선자는 자본시장을 바라보는 불신을 걷어내고 확신을 주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적인 목표와 금투업계 지향점이 맥을 같이 한다고도 강조해왔다.
권 당선자는 "자본시장 활성화는 정부가 바라는 국민 소득 증대, 노후 대비에 기여한다"며 "모험자본이 중소·벤처기업으로 흘러들어가면 '해픈투비(happen to be : 우연하게도 결과적으로)' 시장이 커져 금투업계에도 좋다"고 전했다.
그는 "그런 과정에서 제대로 못하는 금융투자사는 시장에서 후퇴하겠지만, 잘 해낸다면 시장을 이끌면서 세계적인 회사로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규제 개혁 청사진 내놓는 권용원
금투협은 곧 자본시장 규제를 개혁할 청사진을 내놓는다.
권 당선자는 "취임 후 누가 봐도 한눈에 들어오는 규제·세제 선진화 청사진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금투업계 현안을 종합적으로 진단·분석한 결과를 내놓겠다는 얘기다.
금투업계는 크게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선물사, 부동산신탁사로 나뉜다. 그는 "4개 업권별로 규제 현황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게 정리하면 정부와 국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나하나 규제를 푼다기보다는 자본시장을 선진화하려는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속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본시장 규제 방식을 열거주의에서 원칙(포괄)주의로 바꾸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만들고 있다.
권용원 당선자는 국회도 수시로 오가며 이런 규제 완화 입법을 현실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 분야에 '규제 샌드박스'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성장 단계에서는 규제를 면제하거나 자율성을 주겠다는 것이다.
권 당선자는 "왜 핀테크 업체에만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느냐"며 "금투업계도 금융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면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3대 과제 '재산증식·모험자본·핀테크'
권용원 당선자는 현 정부와 국민이 금투업계에 부여한 과제를 크게 세 가지로 본다.
먼저 모든 국민이 노후에 대비할 수 있게 금융투자업계에서 제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정부가 추진하는 중소·벤처·혁신기업 육성을 위해서는 모험자본 공급자로 나서야 한다. 끝으로 핀테크를 확산시켜 보다 쉽고 편리한 금융투자 서비스를 제공할 책임도 있다.
권 당선자는 "모험자본은 '고위험 고수익'이라 위험·보상 관계를 엄정하게 재단해야 한다"며 "금투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자 고유기능"이라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비롯한 디지털 혁신 기술도 거스를 수 없다.
권 당선자는 "금융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채널이 바로 핀테크"라며 "많은 보수를 받는 프라이빗뱅킹(PB)도 해나가되 금융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대다수 국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왜 골드만삭스가 정보기술(IT) 회사라고 주장하겠느냐"며 "증권사 스스로 핀테크 업체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금형 퇴직연금 소득주도성장 기여
권용원 당선자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로 소득주도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기금형 퇴직연금제 입법안을 마련하다가 갑작스레 철회했다.
증권가에서는 밥그릇을 지키려는 은행권의 반대를 원인으로 꼽는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저금리 시대에 연금 수익률을 높여줄 대안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금투협은 이를 비롯해 다른 업권과 쌓인 갈등을 풀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권 당선자는 "은행 이자만으로는 제대로 노후에 대비할 수 없다"며 "그만큼 기금형 퇴직연금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결국 고용노동부뿐 아니라 정치권과도 꾸준히 만나 설득해야 한다. 권 당선자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20년가량 일한 관료 출신이다.
그는 "금투업계는 글로벌 자산 배분 역량을 키워왔고 앞으로도 키울 것"이라며 "퇴직연금을 믿고 맡겨도 좋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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