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며 반(反)부패 사정바람을 주도했던 막후의 실력자, 왕치산(王岐山·70) 전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서기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로 선출되어 돌아왔다.
연령 등의 이유로 공산당 지도부에서 은퇴했던 왕 전 서기의 복귀는 이례적인 일로 이에 따라 왕 전 서기의 국가 부주석 임명설에도 힘이 실렸다.
중국 후난(湖南)성 13기 인민대표대회는 29일 1차회의를 열고 총 118명의 전인대 대표를 선출한 후 명단을 공개했다. 이 명단 두 번째 줄에 왕 전 서기의 이름이 올랐다. 각 지방에서 선출된 전인대 대표는 3월에 열리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정치협상회의) 전인대에 참석하며 올해 전인대에서는 시진핑 2기를 이끌 주요인사의 직책이 결정된다.
왕 전 서기가 정치무대를 떠났음에도 중화권 언론과 외신 등은 그의 중책 임명설을 끊임없이 제기하며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왕 전 서기가 시 주석의 권력기반을 단단하게 다지는 데 일조한 '호랑이(고위급)와 파리를 모두 잡는' 반부패 활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사실상 막강한 권력자로 평가받는 때문이다.
중화권 언론들은 왕 전 서기가 국가 부주석에 임명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는 분위기다.
앞서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는 "왕 전 서기가 양회에서 국가 부주석에 선출돼 시 주석의 외교 등 실무를 보좌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왕 서기가 결국 '7상8하' 불문율을 깨고 후난성 전인대 대표로 선출되면서 이러한 예상이 현실이 될 확률도 크게 높아졌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인 둬웨이(多緯), 대기원시보 등은 30일 왕 전 서기가 전인대 대표로 선출된 사실을 전하고 "예상대로 왕 전 서기가 국가 부주석에 선출된다면 이는 20년 관례를 깨는 파격적인 인사"라고 평가했다.
지난 20년간 공산당 중앙위원이 아닌 인물이 국가기관 지도자에 선출되는 사례는 없었다. 연합조보에 따르면 지난 1993년 3월 12일에서 1998년 3월 15일까지 국가 부주석을 맡았던 '민족자본가' 룽이런(榮毅仁)이 마지막이었다.
앞서 홍콩 동방일보(東方日報)는 "19차 당대회 후 열린 시진핑 2기의 '신시대'는 과거와 완전히 다르고 국가 부주석도 진정한 국가 '부원수'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게 됐다"며 "이에 상당한 능력과 호소력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적합한 인물이 없어 왕 전 서기가 유력하다고 예상했다.
신문은 또, 시 주석의 유력한 조력자이자 핵심 브레인으로 이번에 7인 상무위원에 선출된 왕후닝(王滬寧) 중앙서기처 서기가 겸직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덧붙였다.
중화권 언론과 외신은 현재 중국 부주석의 권한이 크지 않지만 왕 전 서기가 부주석에 선출되면 외교, 경제 등 상당한 권한을 위임받아 입지나 서열상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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