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성인여성 10명 중 9명(88.5%)은 사귀고 있는 남성에게서 폭행을 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피해자 절반(46.4%) 가량은 해당 당사자와 결혼했고, 5명 가운데 2명(17.4%)은 '가정폭력으로 이어졌다'고 응답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는 지자체 첫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20~60세 이하 데이트 경험이 있는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데이트폭력 실태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피해자(1770명) 중 22% '위협 및 공포심', 24.5% '정신적 고통'을 각각 느꼈고, 10.7%는 '신체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행동통제, 언어‧정서‧경제적폭력, 신체적·성적폭력 등의 시작 시기는 다소 다르지만 대부분 사귄 후 1년 이내였다. 대응에 있어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과반이 넘었다.
행동통제의 경우 '누구와 있었는지 항상 확인했다'가 62.4%로 가장 많았다. '옷차림 간섭 및 제한'이 56.8%로 뒤를 이었다.
성적 폭력은 '내가 원하지 않는데 얼굴, 팔, 다리 등 몸을 만짐'(44.2%), '나의 의사에 상관없이 가슴, 엉덩이 또는 성기를 만짐'(41.2%) 두 가지가 다수였다. '성관계를 하기 위해 완력이나 흉기를 사용함'(14.7%), '내가 원치 않는 성관계 동영상이나 나체 사진을 찍음'(13.8%)과 같은 피해도 있었다.
피해자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고 해도 '주변에 알려지는 게 싫어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 지원기관을 이용치 않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데이트폭력 피해를 지원하는 기관은 1366, 112, 성폭력상담소, 가정폭력상담소 순으로 인지했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데이트폭력은 그 피해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친밀한 관계임을 이유로 선뜻 밝히지 못한다는 어려움이 있다"며 "관련 피해자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한 인식확산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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