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29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정 상무위원이 대표단을 이끌고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하는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중국이 한정 상무위원을 파견하는 것을 두고 ‘한국 홀대론’ 논란이 이는 것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한정이야말로 상무위원 7인 중 가장 ‘지한파’, ‘친한파’라며 중국 대표의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과거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약 4년간 상하이 총영사관 경제 담당 영사로 근무했다. 그가 당시 상하이 영사로 부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만난 중국 관료는 한정이었다. 당시 한정은 상하이시 루완구(2011년 황푸구에 편입) 구장이었다. 루완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가 소재한 곳으로, 우리나라 정·재계 인사들이 상하이에 가면 꼭 한 번씩 들르는 곳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중요한 곳으로, 강 교수가 당시 가장 많이 접촉한 관료도 한정이었다.
◆한정에 대한 인상이 어땠는가.
◆한정이 왜 친한파, 지한파라고 생각하는가.
한정이 첫 공직생활을 시작한 게 루완구다. 사람은 누구나 첫 경험을 잊지 못한다. 그는 훗날 상하이 부시장이 됐을 때도 한국 측 인사를 만날 때마다 진지하게 자신이 대한민국 독립운동 성지가 소재한 구를 관할했다고 자랑했다. 자기는 성(姓)이 한국 한(韓)씨니까 태생적 친한파라는 농담도 곧잘 던졌다.
1995~1996년쯤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가 신톈디(新天地) 상업중심지 개발로 헐릴 뻔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안 헐면 ‘알박기’처럼 보일 정도로 철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 정부에서는 난리가 났다. 당시 루완구 구장이었던 한정을 찾아가서 읍소를 했다. 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보호하는 데 마치 자기 일처럼 적극 힘써줬다. 이후 2004년 임시정부 청사 건물이 또 한 번 철거 위기에 처했을 때도 당시 상하이 시장이었던 한정이 이를 문화재 보호건물로 지정하는 데 노력을 했다.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가 아직까지 헐리지 않고 보존돼 있는 데는 한정의 공로가 컸다.
그는 1994년 3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했을 때 루완구 구장으로 브리핑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1998년 11월 15일)이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에도 부시장으로 막 승진한 한정이 안내를 도맡았다. 한정은 아마도 한국의 고위인사를 가장 많이 만난 상무위원 중 하나일 것이다.
◆중국의 한정 상무위원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정 상무위원처럼 적임자는 없다. 한정을 보내는 것은 중국이 그만큼 한국을 중시함을 보여준다.
한정은 차기 상무부총리가 확실시되는 인물이다. 상무부총리는 총리를 도와 중국의 경제 정책을 실제로 집행하는 자리다. 한정은 앞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5년 임기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경제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갈 것이다.
현재 중국의 우리 수출시장 점유율은 약 25%로, 중국은 우리나라의 수출·투자대국이다. 그러므로 한국 경제에 가장 중요한 핵심인물, 키맨이 바로 중국 경제정책을 집행하는 상무부총리 한정이다. 게다가 앞서 말한 것처럼 한정은 상무위원 7인 중 가장 ‘친한파’, ‘지한파’가 아닌가.
◆일각에선 ‘한국 홀대론’이란 말도 나오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한정이 중국 공산당 권력서열 7위라고 ‘꼴찌를 보낸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중국은 집단지도체제다. 시진핑 총서기가 1인자이긴 해도 나머지 상무위원들과의 관계는 수평적으로 여겨진다. 한정을 권력서열 7위라기보다는 '7강(强)'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시진핑 주석이 평창 올림픽에 참석하지 않는 것을 두고도 말이 많은데, 사실 역사적으로 중국 수뇌부가 올림픽에 참석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 때 시 주석이 참석한 것은 취임 초반부 중·러 관계를 개선하기 위했던 차원이 강했다.
한정은 중국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올 것이다. 우리에겐 중국 경제의 ‘키맨’과 한·중 간 경제·통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될 것이다. 한정 상무위원 방중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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