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혜정이 ‘저글러스’를 통해 5년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강혜정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아주경제와 만나 KBS ‘저글러스’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극중 15년 전업주부이자 비서인 왕정애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먼저 강혜정은 드라마 종영에 대해 “아쉽다.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품은 처음인 것 같다. 같이 작업했던 사람들, 스태프들과 배우들과 헤어지는 것이 유독 서운하고 짠했다. 그만큼 화기애애하고 배려하고 의지하면서 작업했던 작품이다”라며 아쉬움 가득한 눈빛으로 소감을 전했다.
이어 강혜정은 특히 극중 공유 부장 역을 맡았던 정성호를 언급하며 “정성호씨를 못 만나는 것은 더욱 아쉽다. 정말 닮고 싶은 분이었다”며 “저는 굉장히 웃기고 싶은 사람이다. 위트있는 사람이 정말 좋다. 그런 면에서 성호 오빠는 항상 재밌는 분이다. 또 배우들을 끔찍이 챙기신다. 항상 간식거리를 몇 박스 씩 갖고 오시기도 한다. 그런 현장에 있다가 벗어나려니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덧붙이며 함께 작업했던 정성호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또 그는 “최다니엘씨는 여러가지 물어보는 스타일이다. 탐구하는 걸 좋아한다. 최다니엘씨 같은 캐릭터와 함께 작업하는 게 정말 재밌었다. 또 (백)진희씨는 늘 준비하는 타입이다. 진희씨는 혼자 연기를 준비하다보면 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드라마 초반은 좌윤이(백진희 분)가 다 살렸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더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원근씨는 배워가는 단계의 배우다. 처음엔 잘 몰라서 겪는 시행착오들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도 굉장히 빨리 배우더라. 그래서 나중엔 카메라 앵글까지도 다 계산하고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굉장한 노력형 배우다”라며 “그래서 저도 열심히 하게 됐다"며 후배 연기자들을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극중 남녀 주인공인 배우 백진희와 최다니엘에 비해 비교적 적었던 출연 분량의 강혜정이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강혜정은 “그런 부분은 작품 선택에 있어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출연 분량은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맡은 역할과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충분하다면, 또 그게 매력적이고 인상적이라면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타이틀롤에서 몇번째인지 순서는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극중에서 이원근(황보 율)과 남다른 케미를 선사한 강혜정. 하지만 그는 “러브라인은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강혜정은 “연민일 수 있지만 사실상 두 사람의 성장 스토리를 그렸다. 치원(최다니엘 분)과 윤이(백진희 분)의 경우는 로맨스지만 저희는 호감이 있다 할지언정 정의는 ‘연민’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혜정은 ‘저글러스’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그는 “과거 제가 출연했던 영화 ‘올드보이’는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작품이다. 관객 분들이 보시고 나서도 엔딩을 추론해야 하는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대본은 잘 읽혔다. ‘저글러스’ 역시 복잡하고 어려운 작품은 아니었지만, 이 작품도 ‘올드보이’처럼 빨리 읽혔다. 그렇다고 절대 가벼운 작품도 아니지 않느냐”라며 “확실히 대본이 빨리 읽히는 작품이라면 보시는 분들도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혜정은 1997년 하이틴 잡지모델로 데뷔해 올해로 22년차를 맞이했다. 영화 ‘웰컴투 동막골’로 화려하게 눈도장을 찍으며 탄탄한 내공을 자랑했다. 그 뒤에는 노력이 뒤따랐다.
강혜정은 “어릴 때 컴퓨터나 노트에 끄적이듯이 캐릭터 이름을 불러가면서 무언가를 주절주절 썼던 것 같다. 편지쓰듯이, 살아있는 사람에게 접근하듯 했다. 그리고 계속 생각했다. 장면들을 지속적으로 곱씹었다. 그러면서 캐릭터가 어떤 옷을 입고 있을지, 어떤 머리스타일을 하고 있고 걸을 때 어떤 템포를 갖고 있을지를 계속 고민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간 한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오면서도 강혜정은 꾸준히 연기라는 한 길을 걸어왔다.
그는 “이것밖에 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걸 못하진 않는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배우란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지 않은가. 여러 사람이랑 같은 목표를 향해 있는 열정 없는 열정 다 끌어 모아서 하는 직업이라 흔하지 않다. 회사에서 한 프로젝트를 위해 모두가 에너지를 쏟아 부을 때가 있는데 그게 저희의 직업이다. 매번 일할 때마다 그렇다. 그래서 연기는 중독성이 강한 것 같다. 또 여러가지 역할로 살 수 있기 때문에 계속 배우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이어 “오래하고 싶다. 그리고 저로 살고 싶고 연기하는 사람 역할의 부분만 남겨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렸을 때 좀 더 자유로웠던 것 같다”고 덧붙이며 연기에 대한 남다른 열의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강혜정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열심히 일했을 시절이 있으면 인내해야 하는 시절도 있다. 그렇게 준비하다보니 ‘저글러스’라는 작품을 만나게 된 것 같다. 여력이 되면 계속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면서 "어느 순간에 나도 늙은 배우가 되어있지 않겠나. 그래도 작품 속 역할로 살아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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