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을 향해 무역 보복조치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유럽도 질세라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대서양을 두고 무역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영국 방송사 ITV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유럽연합(EU)에 불만이 많다”면서 “EU와의 무역은 불공정한 상황이다. 우리 물건을 들여보내기 어려운데 그들의 우리에게 물건을 보낸다. 세금도 무척 적다”고 말했다.
하루 만에 EU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29일 무역정책은 “승자와 패자에 관한 논리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마르가리티스 쉬나스 EU 집행위 대변인은 “EU는 미국의 무역 제한조치에 의해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경우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대변인은 길게 부연하진 않았지만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미국이 무역전쟁을 원한 경우 EU가 기꺼이 상대해주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무역 문제에 있어서 몇 차례 EU를 언급했고 주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상당한 무역흑자를 거두는 독일을 지목한 바 있다. 지금까지는 이 같은 불만이 구체적인 조치로 나타나진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입산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 등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하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한층 강화하는 상황이라 유럽은 경계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앞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도 관세를 부과할지 결정할 예정이며 북미자유무역(NAFTA)와 한미FTA도 철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재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조치가 강화될수록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번에 EU와의 불공정한 무역을 언급하자 주요 경제 매체들은 일제히 수백만 일자리와 경제 활동이 걸려있는 무역관계를 훼손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EU의 무역규모는 2016년 기준으로 1조1000억 달러에 달했으며 EU는 2017년 미국산 제품이 가장 많이 수출된 시장이었다고 CNN은 미국 무역대표부 자료를 인용하여 전했다. 또한 2015년 기준으로 EU는 미국에서 260만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은 트럼프 취임 후 글로벌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열린 무역을 적극 지지하면서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EU는 최근 캐나다 및 일본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었고 중남미와의 자유무역협정은 마무리 단계로 알려졌다. 또한 호주, 뉴질랜드와도 자유무역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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