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기동물의 수가 10만 마리를 넘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기견과 유기묘를 입양하며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작 시민들의 동물 입양은 크게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동물 한해 10만마리
30일 유기동물 통계사이트 포인핸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구조된 유기동물은 10만256마리(방사된 길고양이 제외)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016년, 8만7783마리) 대비 14.2%(1만2473마리)가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입양된 유기동물은 2만8724마리로 전년대비 4.24% 늘었다. 반대로 안락사된 유기동물도 4.66% 증가한 1만8749마리에 달했다.
유기동물이 이처럼 늘어나는 이유는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시장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첫손에 꼽히는 것이 손쉽게 동물을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동물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것은 동물도 돈만 주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어 유기동물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 유기견 입양센터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마치 껌을 사듯 돈만 있으면 누구나 다 살 수 있는 구조가 문제”라면서 “말썽을 피우면 버리거나, 유행하는 견종이 바뀌면 버리고 구입하는 등 반려동물에 대안 인식부재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유기동물 중에선 잃어버린 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시스템이 미비해서 잃어버리면 찾기 어렵다”면서 “게다가 우리나라는 보신탕이라는 문화가 있어 견종을 잃어버릴 경우 더욱 찾기 어렵다”덧붙였다.
◆반려동물, 심리적 안정감 주는데 특효
반려동물은 성장기 어린이 및 노인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여주는데 유익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팻사료협회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 전후 16세 미만 자녀의 변화에 대한 설문결과 응답자의 68.3%가 ‘자녀가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어 66.9%가 ‘외로움이 감소한다’고 답했다. 또 65세 이상 가족 역시 응답자의 69.6%는 ‘외로움 감소’, 44.4%가 ‘스트레스 감소’로 이어졌다고 응답했다.
이는 사례에서도 잘 알수 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유기견을 입양해 5년째 함께 살고 있다. 평소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어 망설였지만 딱한 사연을 접한 후 입양하게 됐다. 그는 반려견과의 산책으로 근력이 강해지고 콜레스테롤도 낮아졌다. 무엇보다 정서적인 교감이 놀라웠다. A씨는 “내가 울적해하면 반려견은 내 곁을 지키며 살뜰히 핥아주며 애교도 부린다”고 말했다.
다른 30대 직장인 B씨는 유기묘 두 마리를 분양받았다. 그의 어머니는 고양이 입양을 찬성했지만 아버지는 극구 반대했다. B씨는 “고양이 입양을 반대했던 아버지가 오히려 더 좋아하신다”면서 “그간 식구들끼리 말없이 냉랭했던 것과 달리 대화가 늘면서 분위기도 한층 더 밝아졌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사지말고 입양 어때?
반려동물 입양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불법 펫 사업자를 근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어 긍정적이다. 쉽게 동물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안락사 등 사회적 비용이 절감되고 입양비용이 분양보다 적게 든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정부는 올해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동물보호센터에서 유기 동물을 분양받을 때 최대 20만원까지 지원한다. 질병진단키트와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비 등이 지원대상이다.
유기견을 입양한 직장인 B씨는 “꾸준히 진행되는 안락사에서 생명을 구하는 보람도 있다”고 전했다.
동물자유연대는 “펫샵에서 한 마리의 강아지를 살 때마다 번식장에는 죽을 때까지 고통스러운 생을 이어가야 하는 어미 개가 한 마리 늘어난다”며 “이 끝없는 동물학대의 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은 동물을 사는 대신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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