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상징 ‘와후 추장’(Chief Wahoo)이 올해 시즌을 마지막으로 80년 만에 은퇴하게 됐습니다. 와후 추장의 붉은 피부가 과거 홍인종으로 불리던 아메리칸 원주민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인디언스라는 팀명은 계속 유지한다고 합니다. 클리블랜드는 언젠가 새로운 로고를 만들 예정이지만 당분간 과거에도 사용했던 클리블랜드의 이니셜 ‘C’ 마크를 주요 로고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누군가에게는 사랑받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분노의 대상이 됐던 와후 추장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네 가지를 골라 간략히 소개합니다.
1. 와후 추장의 붉은 피부가 왜 인종차별?
현재 아메리카 원주민들 사이에선 홍인종이란 표현은 욕으로 통합니다. 미국 내에서 원주민을 부르는 욕인 ‘Dirty Red Skin’이 그 예입니다. 와후 추장의 빨간 피부는, 검둥이란 말인 ‘Nigger’ 못지않은 인종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탓에 인디언스의 연고지인 오하이오주 아메리칸 원주민 인권 운동 협회뿐만 아니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에릭 키어니 민주당 소속 상원 의원 등 정치인들이 나서 와후 추장 로고 교체를 권고했습니다.
최근 미국 내에서 인종 차별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더욱 거세지면서 와후 추장은 점차 자취를 감추는 분위기였습니다. 2014시즌 모자와 유니폼 소매 부위에 와후 추장 로고 대신 알파벳 C로 대체됐습니다.
2. 와후 추장은 원래 아메리칸 원주민을 위한 로고?
인디언스란 이름은 현재 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클리블랜드 스파이더스(1887~1889년)에서 활동한 최초의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야구선수 루이스 소칼렉시스(Louis Sockalexis)를 기리는 의미에서 1915년 개명한 것입니다.
백인 선수가 득세였던 1890년대 클리블랜드는 그가 마운드에 설 수 있는 유일한 야구팀이었습니다. 하지만 소칼렉시스는 관중석은 물론이고 언론의 조롱과 모욕을 견뎌야 했습니다. 술과 부상으로 짧은 선수 생활을 마친 그는 1913년 당시 4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인디언스가 아메리칸 원주민 로고를 사용한 것은 1930년대부터입니다. 이후 세 차례 수정을 거친 1948년에서야 우리에게 친숙한 와호 추장의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피부색이 노란색이었습니다.
[클리블랜드 로고 변천사. 출처=유튜브]
3. 클리블랜드는 와후 추장의 저주를 받았다?
1951년 인디언스 로고를 현재와 같이 빨간 피부의 아메리칸 원주민으로 수정한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와후 추장의 저주'설에 시달렸습니다. 1954년 월드 시리즈 진출했으나 1차전에서 뉴욕 자이언츠에 패배한 이후 4연패로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그 이후 4차례나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패배하면서 무려 70년 동안이나 우승을 하지 못했습니다. 시카고 컵스도 비슷한 저주에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2016년 인디언스와 컵스가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었을 때 어느 팀의 저주가 더 강력할지에 이목이 쏠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와후 추장의 저주가 더 강력했습니다. 인디언스는 컵스와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8-7로 패배하며 시리즈 전적 3승 4패로 분패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와후 추장 로고 변경을 반기는 팬들이 많습니다.
4. 와후 추장은 사실 추장이 아니다?
현재 사용되는 와후 추장과 가장 비슷한 로고를 만든 사람은 1947년 당시 17세였던 월터 골드바흐였습니다. 그는 2008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와후 추장의 머리를 보면 깃털이 하나밖에 없다”면서 “추장이 아니라 전사가 맞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와후 추장은 처음에 아무런 이름이 없었습니다. 당시 현지 언론들이 와후 추장으로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이름으로 굳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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