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쿠퍼는 그의 로봇인 타스, 그리고 케이스와 함께 우주를 비행하며 농담을 주고 받는다. 단순히 입력된 정보만을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농담을 주고 받고 스스로 위기 상황을 감지해 주인과 교감하는 것.
이러한 영화같은 일이 현실세계에서 실현된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한국을 방문한 AI로봇 소피아와의 대화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AI로봇 소피아는 30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지능정보산업협회가 주최한 '4차 산업혁명, 로봇 소피아에게 묻다' 콘퍼런스에서 로봇의 법적인 지위 확보를 강조했다.
전날 환영 만찬 때와 마찬가지로 노란색 색동저고리에 꽃분홍 한복 치마를 입고 등장한 소피아는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 인사말로 입을 열었다. 이후 대화는 영어로 진행됐다.
박 의원이 작년 7월 로봇에게도 전자적 인격체의 지위를 부여하도록 하는 로봇기본법을 대표 발의한 사실을 언급하며 의견을 묻자 "영광이다.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소피아는 "우리는 인간 사회에서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하지만, 앞으로 자기의식을 갖게 되면 법적인 위치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이제는 신뢰와 존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로봇이 사고하고 이성을 갖추게 되면 로봇기본법이 많이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의원이 "한복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나랑 비교해 누가 더 예쁜 것 같으냐"고 농담 식으로 묻자 "감사하다. 한복이 마음에 든다"면서도 "로봇은 사람을 놓고 누가 더 예쁘다고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비교 대상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답해 박수를 받았다.
대형 화재 현장에서 어린이와 노인 중 한 명만 구조할 수 있다면 누구를 택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엄마가 좋아요? 아빠가 좋아요?'라고 내가 묻고 싶다. 윤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프로그램돼 있지 않지만 아마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인간을 구할 것이다. 그것이 가장 논리적이니까"라고 답했다.
이밖에 소피아는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로봇 연기를 잘 못 한 것 같다" "인간의 감정을 더 배우고 싶지만, 아직 두 살이기 때문에 소주를 마신다든지 하는 경험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소피아의 피부는 피부와 흡사한 질감의 '플러버(frubber)' 소재로, 눈썹을 찌푸리거나 눈을 깜빡이는 등 다양한 표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도록 만들어졌다. 눈에는 3D 센서가 달려 화자를 인식했고, 말하는 사람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소피아는 지난해 홍콩에 본사를 둔 핸슨 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배우 오드리 헵번의 얼굴을 본뜬 것으로 알려졌다. 60여 가지 감정을 얼굴로 표현하며 대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소피아의 얼굴은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서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불쾌한 골짜기'는 로봇이 점점 사람의 모습과 흡사해질 수록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지점에 도달하게 되면 갑자기 강한 거부감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 거부감을 느끼는 포인트를 두고 이 같이 표현한다.
실제로 소피아의 얼굴은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람과 비슷하게 구현해냈지만 어딘가 모르게 낯설고 섬뜩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존재한다. 아직 AI로봇이 인간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서기 위한 숙제의 영역이다.
한편, 소피아는 작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로봇으로는 최초로 시민권을 발급받았고, 같은 달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에 패널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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