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무기-회사원] 글록26·스미스&웨슨리볼버..소지섭은 방탄조끼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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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규 기자
입력 2018-01-3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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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회사원’에 대한 스포일러가 아주 많습니다.

영화 <회사원>은 모두에게 사랑받은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삶의 계기를 찾게 되면서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남자라는 진부한 설정과 줄거리에 녹아들지 않고 겉도는 느낌의 액션까지 완성도 높은 액션 누아르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감이 컸을 겁니다.

그렇지만 살인이 곧 실적인 회사원의 비일상적인 삶을 평범한 샐러리맨의 일상으로 치환시킨 시도에 열광한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전쟁터, 해고는 곧 죽음인 우리네 회사원의 모습과 겹쳐 본 것이죠.

대다수 회사원의 주 무기는 키보드와 마우스, 지원화기는 복합컬러프린트와 팩스 등으로 볼 수 있는데요. 영화에 등장한 살인 청부회사 영업 2부 소속 직원들의 무기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회사원 스틸컷. 출처=영화사 심미안(주)]
 

[살인청부회사라는 특성상 소총보다 권총이 많이 등장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M1911a1, USP standart, M15 4inch, browning hi-power, GLOCK 26, GLOCK 17 순서다. 출처=Wikipedia]





넌 이일이 좋냐?


영화는 비가 내리는 차 안에서 지형도(소지섭 분) 과장과 비정규직 사원 라훈(김동준 분)의 대화로 시작합니다. 훈은 형도에게 고용불안에 대해 털어놓고 형도는 다시 훈에게 사회생활 선배로서 조언해 줍니다. 이 장면만 보면 별다를 것 없는 회사 선후배 사이입니다.

이들의 업무가 시작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훈은 택배기사로 변장하고 경찰서에서 잠입, 보호 중인 증인을 제거합니다. 이때 훈이 사용한 총이 소음기를 장착한 '글록 26'입니다. 글록 시리즈 중 가장 작은 모델로 직업적 특성상 은닉하기 쉬운 총을 골랐을 겁니다.

업무를 완수한 훈은 형도에 의해 해고당합니다. 형도는 그동안 훈이 모아 둔 돈을 건네기 위해 훈의 가족을 찾습니다. 그곳에서 훈의 어머니이자 자신의 첫사랑인 유미연을 난데없이(?) 만나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형도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는 꿈을 본격적으로 꾸기 시작합니다. 잔혹한 출근과 업무에 회의를 느끼고 형도는 타성에 젖은 모습을 떨쳐내고자 한 겁니다. 각자 사정은 다르겠지만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고민입니다.

형도의 변화는 영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시작됐을 겁니다. 훈도 사실 죽이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무슨 이유로 형도가 훈을 살려뒀는지는 영화에서 설명되지 않습니다. 다만 형도가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겠거니 하고 추측할 뿐입니다.

대표가 직접 지시한 사수의 해고 건도 형도는 처리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대표와 형도의 사수는 모두 '스미스 & 웨슨 리볼버'를 사용합니다. 과거 화려한 시절을 보냈지만 자동권총이 등장하면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리볼버와 이들은 묘하게 동일시 됩니다.
 

[회사원 스틸컷. 출처=영화사 심미안(주)]

 

[지형도 부장과 서민희 대리의 액션신. 출처=유튜브]



네가 날 해고시킬 수 있을 것 같냐?

회사는 형도의 변화를 눈치채고 그와 훈의 가족 모두를 제거하려고 합니다. 이 일에 가장 의욕적으로 나선 사람은 권종태 이사(곽도원 분)입니다. 낙하산으로 회사에 들어온 그는 대표가 가장 신뢰하는 형도를 눈엣가시처럼 여깁니다.

현장(?) 경험이 전혀 없는 종태를 존중하는 사람은 회사 내에 아무도 없습니다. 정체성과 입지가 모호한 그는 역설적이게도 특수부대에서 주로 사용하는 HK사의 'USP'로 스트레스를 풉니다. 영화 종반부에는 글록 시리즈의 변종인 '글록 18C'를 들고나오기도 합니다.

대표의 결재가 떨어지면서 형도의 해고 건이 추진됩니다. 며칠 후 사수를 죽이고 부장으로 승진한 형도는 중요한 계약을 맺기 위해 부하직원들과 차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를 눈치챈 형도는 자신에게 총을 겨눈 자들을 차례차례 쓰러뜨립니다.

형도는 훈의 가족과 함께 회사를 퇴직금까지 받아 은퇴한 반지훈(이경영 분) 부장이 있는 곳으로 몸을 피합니다. 지훈이 현역시절 사용하던 권총은 'M1911A1'입니다. 최신 권총보다 실용성은 떨어지지만 9mm탄보다 강력한 45ACP탄을 사용할 수 있는 게 매력입니다.

M1911A1은 지훈의 마초적인 남성성을 별다른 부연 없이도 잘 표현해 줍니다. 이런 그가 은퇴 생활에 만족하지 못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습니다. 지훈은 결국 회사에 복직하기 위해 형도를 배신합니다.
 

[회사원 스틸컷. 출처=영화사 심미안(주)]

 

[방탄복 등급. 출처=safeguardarmor]




이제 이 일을 그만하고 싶습니다.

형도는 훈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회사와 전면전을 시작합니다. 그는 모든 것을 마무리 지으려 피묻은 사직서를 들고 마지막 출근길에 나섭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다른 회사 직원이 건넨 “조끼 예쁘네요”는 이 영화의 최고 명대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근 전 마치 어떤 의식처럼 그는 회사원의 전투복인 검은색 정장과 방탄조끼를 챙겨입었습니다. 방탄조끼는 혈혈단신으로 회사의 모든 직원을 해고하는 상황을 관객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감독의 배려였습니다. 동시에 전쟁터와 같은 회사생활에 필수품으로도 해석됩니다.

그렇다고 해도 17층 총격전은 엉성합니다. 형도가 입은 방탄조끼의 방어력은 아무리 높게 봐도 NIJ 레벨 IIIA 방탄조끼로 추정됩니다. 이 방탄조끼로는 한 남자 직원이 사용한 SIG 552(5.56mm탄)의 공격을 막을 수 없습니다.

회사라는 조직의 비인간성을 단죄하기 위해 형도가 대다수 평범한 회사원의 대리전을 치르는 것이라고 해석하면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한 게 아주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지금보다 친절한 영화였다면 더 많은 회사원에 사랑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NIJ 레벨 III 방탄조끼 테스트(방탄판이 저정도는 돼야 소총탄을 막을 수 있다). 출처=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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