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계신 5년 동안 그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겠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데에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라며 “문 대통령이 정치를 하는 동안 도와주신 분들에 대한 도리를 갚을 방법이 없다는 간절한 메시지”라고 밝혔다.
양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세상을 바꾸는 언어’ 북콘서트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정치를 9년 정도 하면서 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고, 저도 중간에서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대부분은 정권교체에 대한 단심으로 도와주셨지만 세상 일이 그렇지 않다”라며 “제가 한국에 있고 공직을 맡으면 그 도리를 갚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저는 권력 근처에 갈 일이 없다, 끈 떨어진 놈입니다’라고 다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책을 출판하면서 다시 정치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에 선을 그었다. 그는 “이 책은 제가 주목받기 위해 쓴 책이 아니다”라며 “청와대와 거리를 두고 있는데도 제가 (한국에) 들어오고 나가는 게 계속 기사화되고, 책을 쓴 것이 과도한 주목을 받는 것이 당혹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책을 내고 국민의 부름에 맞춰서 문을 열고 나갔고, 새로운 세상에서 결국 목표를 이루셨다”라면서도 “저는 그 문을 열 생각이 없다. 이 책은 문을 열고자 하는 많은 분들에게 겸손하고 정중하게 노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책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조금만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정중하게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내미는 손”이라며 “문을 열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러한 길로 가줄 수 있느냐는 노크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최근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은 워낙 낙천적인 분이다. 그런데 청와대에 계신 분들은 멀리 보고 가야 한다”라며 “우리 국민들이 지난 10년 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고, 국민의 힘으로 이 정부를 만들었기 때문에 어떤 사건으로 지지율이 갑자기 변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신념 있게 뚜벅뚜벅 갔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이날 북콘서트에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도 깜짝 방문했다. 임 실장은 “(양 전 비서관이) 많이 외로울 텐데 씩씩하게 견뎌줘서 감사하다. 같이 일할 때에는 워낙 생각이 비슷해서 척하면 삼천리, 서로 말 안 해도 마음이 너무 잘 맞았다. 일이 늦게 끝나도 대포 한 잔 하는 맛에 힘든 줄 몰랐는데 많이 그립다”라며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타지에 있을 때 아프면 서러우니 낙관주의와 건강이다. 몸 잘 만들어 두세요”라고 말했다.
한편 양 전 비서관은 “(문재인 정권) 남은 4년은 방랑자로 살고, 문 대통령 퇴임 후에는 비서관이 되고 싶다”라며 “설까지는 한국에 있다가 3월이 되면 다시 외국에 나갈 예정이다. 지방선거 전후까지는 외국에 머무르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한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불필요한 저의 복귀설, 역할론이 잦아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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