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을 한다는 말이 있다.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었다.
'렉스턴'은 왕가를 의미하는 'REX'와 품격과 기조를 뜻하는 'TON(TONE)'의 합성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선두 기업으로 지위를 다지고자하는 뜻을 담았다.
실제 G4렉스턴 모델은 지난해 자동차시장 격전지였던 대형 SUV 시장에서 1위에 오르며 왕가로서 이미지를 빛냈다.
쌍용차는 올해 렉스턴에 스포츠를 더했다. 익사이팅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세대를 겨냥한 것이다. 렉스턴 스포츠는 강력한 주행성능과 픽업트럭으로서의 압도적인 적재공간을 자랑한다. 이러한 강점에 힘입어 또 한번 이름값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오픈형 렉스턴인 렉스턴 스포츠는 G4 렉스턴의 플래그십 SUV 혈통을 계승하면서, 쌍용차만의 쿼드 프레임인 '4트로닉' 바탕의 우수한 주행 성능이 특징이다.
렉스턴 스포츠를 직접 시승해본 구간은 온로드와 오프로드로 구성됐다.
우선 온로드는 소남이섬에서 출발해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운전한 뒤 동홍천삼포휴게소에서 회차해 다시 소남이섬으로 돌아오는 총 86km 코스였다.
렉스턴 스포츠는 'e-XDi220 LET'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출력은 181마력(ps)으로 최대 토크는 40.8kg·m다. 토크의 경우 동급 최대 광대역 토크구간을 지닌 만큼 액셀을 밟았을 때 차가 나가주는 힘이 좋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국내에서는 대단한 주행성능을 시험해볼 구간이 많지는 않다. 게다가 완성차업체가 구현해내는 주행성능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어 온로드에서는 큰 감흥을 느끼기 어려웠다.
렉스턴 스포츠가 제대로 진가를 발휘한 곳은 오프로드였다.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후륜구동으로 작동하지만, 오프로드에서는 4륜 구동으로 변경해 운전할 수 있다.
오프로드는 언덕 경사로와 슬라럼, 모굴, 경사로, 바위, 빙판 코스 등 10개 장애물로 구성됐다.
우선 언덕 경사로는 굉장히 가팔랐다. 꼭대기 지점에 도달하면 바닥 지형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내려갈 때 공포스러울 필요는 없다. 렉스턴 스포츠에 장착된 '경사로 저속주행장치(HDC)' 덕분이다.
이는 급경사의 도로를 지속적으로 내려갈 경우, 브레이크 페달 조작없이 자동으로 차량을 감속시켜주는 장치다. 덕분에 급박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대지 않고 아주 부드럽게 급경사를 내려올 수 있다.
자갈길이나 모굴도 강력한 4륜 구동에 힘입어 성난 들소처럼 달려나간다. 특히 모굴의 경우 뒷바퀴 하나쯤이 공중에 떠있든 말든 렉스턴 스포츠는 제 갈 길을 갔다. 빙판길에서의 제동력도 아주 우수하다.
내부공간으로 들어오면 거친 외관과는 달리 차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엔진룸 방음 성능을 향상시켜 소음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8개 보디마운트와 직물 타입 휠하우스 커버 등이 노면소음도 최소화한다.
시트는 고급 나파 가죽으로 부드럽고, 1열뿐 아니라 2열도 열선 시트가 있어 추운날에도 모두의 둔부를 따뜻하게 지켜준다. 양팔 공간을 넓히고 2열 레그룸도 확장해 실내 공간감도 쾌적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고화질로, 9.2인치 크기라 보기 편리하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미러링 서비스가 제공돼 소지한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 차의 장점이 곧 단점이기도 했다. 보통 완성차업체는 차체 고장력 강판 적용 비율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렉스턴 스포츠는 무려 79.2%에 달하는 차체 고장력 강판을 공개하며 충돌 안전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렉스턴 스포츠에 탑승하면 79.2%라는 수치가 믿어질 수밖에 없다. 그 이상이 아닐까 의심까지 든다. 정말 딱딱한 강철 큐브 속에 앉아있는 기분이 들어서다.
최근 차량들이 '콕핏(Cockpit)'을 운운하며 최대한 안락한 착석감을 구현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방향이다. 그러나 그 불편한 딱딱함이 안락감 대신 안정감을 주기는 한다.
렉스턴 스포츠는 픽업 트럭인 만큼 연간 자동차세는 2만8500원, 개인 사업자 부가세 10% 환급이 가능하다. 판매 가격은 트림별로 △와일드 2320만원 △어드벤처 2586만원 △프레스티지 2722만원 △노블레스 3058만원으로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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