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일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차로 서울에서 판교까지 이동하며 4차산업혁명 시대 신기술 개발과 기업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율주행차로 서울 양재동 만남의 광장에서 출발해 판교테크노밸리가 있는 판교 IC까지 약 7㎞의 고속도로 구간을 15분간 이동했다.
대통령 경호처는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난색을 보였지만, 자율주행차에 직접 탑승해보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해 시승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시승한 차량은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이 들어간 신형 수소전기차 '넥소(NEXO)'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가전전시회 CES에서 공개된 넥소는 다음 달 출시를 앞두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자율주행차의 조수석에 탑승했으며, 현대자동차 자율차 개발팀장인 이진우 상무, 자동차 영재 김건 학생이 문 대통령과 동승했다.
김건 학생은 SBS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 출연한 바 있으며, CCTV에 찍힌 자동차 영상만 보고도 차종을 추정할 수 있어 경찰 뺑소니 전담반을 돕고 있다.
2호 차부터 7호 차까지는 연희연 코이스토리 대표, 엄희지 경기자동차과학고 학생, 허성우 충북대 박사과정생, 조해준 계명대 박사과정생, 김찬홍 한빛맹학교 교사, 오도영 이지무브 대표, 이은세 변산서중 교사, 김효경 경기자동차과학고 학생, 장서진 경기자동차과학고 학생, 김예현 경기 부천여고 학생이 탑승했다.
이진우 상무는 주행 전 "오늘 시승할 차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만남의광장까지 90km는 전문지도를 따라 움직인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개발기간 중엔 안전스위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비상스위치를 켜면 사람이 운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량에 5G 기술이 접목돼있어 교통신호를 미치 예측해 전방 신호등 정보도 교감한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이동통신 기술은 우리가 가장 세계에서 앞서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기간 경기장 주변에서 자율주행을 하느냐"고 물었고, 이 상무는 "총 7대의 자율주행차량이 올림픽 기간 사용된다. 일반인 신청을 받아 시승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이 "전기차는 오래 충전해야 하는데 이건 가스 넣는 시간이 5분 정도 걸린다"고 설명하자 "수소차량도 더 많이 보급되려면 수소충전 시설이 곳곳에 있어야 할텐데 아직 충분하지 않겠죠"라고 되물었다.
양 부회장은 "아직 충분하진 않지만 비교적 장거리를 가기 때문에 그렇게 촘촘하게 필요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수소 전기차가 시동이 걸려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아무런 주행음이 나지 않아 문제더라. 시동이 켜 있단 사실을 모르겠다"며 "약간의 소리를 넣어야 되겠더라"고 말했다.
양 부회장은 이에 "그래서 안에 메시지가 나오고 차가 움직이면 밖에서 소리가 나게 돼있다. 일부러 소음을 넣고 있다"고 답했다.
시승차 내부에는 디지털카메라가 설치돼 시승상황을 녹화했으며, 향후 녹화 영상을 편집해 한국 자율차 홍보에 사용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탑승한 시승차는 5분 이내 충전으로 590㎞ 이상 주행할 수 있고, 10년 16만㎞ 수준의 내구성을 확보했으며,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됐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레벨 0부터 5까지 6단계로 분류되며, 5단계가 가장 고도화된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자율주행 레벨 4는 고속도로 등 제한된 구간에서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단계다. 이 시스템이 탑재된 자율주행차에 탑승하면 고속도로 주행 중 잠을 자는 것도 가능하다.
문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규제혁신 등에도 속도를 내게 할 전망이다.
정부는 동일한 자율차라도 임시운행 허가 신청 시 매번 새로 안전성을 검증해야 하는 불편함을 개선해 기존에 허가받은 자율차와 동일한 차량이라면 서류 확인만으로도 시험운행을 허가하는 등의 규제혁신을 예고한 상태다.
이와 함께 자율차에 맞는 제작·성능 등 안전기준 마련을 비롯해 자율차 운행에 따른 사고 시 피해자 구제와 함께 가해자의 책임 문제를 명확히 하는 보험제도 정비 등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자율주행차 시승을 마치고 현장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날 행사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 등이 참석했다.
기업에서는 현대차,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랩스, SK텔레콤, KT,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해 자율주행 기술 산학 연구진도 대거 자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선도해갈 차종으로 문재인정부의 혁신성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대통령이 직접 챙기며 관련 규제 완화 등 정책의 속도를 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인 1일에는 충북 진천에 있는 한화 큐셀 태양광 셀 생산공장을 방문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임직원을 격려했다. 연 이틀 대기업을 현장 방문해 기를 북둗운 것으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한화큐셀 방문은 일자리 나눔으로 정부의 국정 기조를 충실히 따라주는 동시에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태양광 발전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인 만큼 대통령이 직접 기 살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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