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등 정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지만 시장 혼란만 가중되고 있어 근본적인 문제 파악과 현실을 반영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문재인 정부 ‘3+1’정책이 첩첩산중 논란과 저항 앞에 놓여 좀처럼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투기 세력에 대한 원천 봉쇄에 나섰는데 집값은 오르고, 가상화폐 논란은 정부를 향한 비난으로 되돌아왔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고도 최저임금에 따른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은 저조할뿐더러, 여기에 영어교육 논란까지 겹치면서 문 정부가 정책 실마리를 찾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는 강남 집값 급상승과 부동산 투기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해 8·2부동산 대책부터 고강도 규제에 나섰다. 집값 상승을 막지 못하자, 정부는 최근 들어 보유세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가 당초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다가 정치권이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입장이 선회되면서 보유세 논란이 거세졌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9월께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한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청와대와 정치권 정책 방향성은 보유세 인상으로 흘렀다.
김 부총리 역시 보유세 인상안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조세재정특별위원회가 여론까지 살펴야 하는 만큼 정부 부동산 대책에 확고한 철학이 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당·정·청이 보유세와 관련해 엇박자를 보이면서 부동산 정책 효과에 시장은 의구심만 보이고 있는 셈이다.
가상화폐 논란은 정부 부처뿐아니라 국민 혼란까지 불러왔다. 당초 법무부가 앞장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추진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출렁거렸다. 신규 거래까지 막혔다. 이후 여론 뭇매를 맞은 정부는 한 발짝 물러서 가상화폐 실명제로 거래를 재개키로 한 상태다.
그러나 부처 간 가상화폐에 대한 이해도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면서 정부 안에서도 상이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가상화폐 전담반(TF)이 마련돼 그나마 정부가 한목소리를 냈다. 전담반 구성 이후 정책정보 유출, 진전 없는 정책설계 등으로 정책이 헛바퀴만 돌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 정책 실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손꼽힌다. 시장 반응은 정반대다. 정부는 올해부터 7530원 최저임금이 적용돼 저소득 계층 가계부담에 보탬이 되는 동시에 일자리·소득주도성장 정책 마련 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영세소상공인들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으로 직원 1인당 13만원가량 지원하는 등 올해 모두 3조원가량을 투입한다.
그러나 문제는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이 저조한 데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사업장은 3만6149곳, 대상 노동자는 8만573명에 그친다. 정부 추산 전체 대상자 규모인 236만4000명 대비 3.4%에 불과하다. 지난달 말 지원된 일자리안정자금 역시 6791만원으로 전체 예산 대비 0.002% 수준이다.
정부 정책에 혼선을 빚은 데는 영어교육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키로 했다가 학부모와 교육계 반발이 커지자 내년 초까지 방과후 과정 운영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이는 정부가 사실상 유치원 방과후 영어 금지에 대한 정책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아에 대한 영어 사교육 확대를 막기 위해 영어교육을 늦추자는 취지인데, 오히려 불법 사교육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측면을 정부가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교육 시스템 전반적인 구조개혁이 아닌, 도려내기식 문제해결방식에 학부모들 반발이 컸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문재인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면서 사회 흐름에 대한 맞춤형 정책 설계에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지방선거와 개헌 등 굵직한 사안에 시선이 쏠리다 보니 부처 간 이견차, 현실과 괴리되는 정책 설계 등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금이 '정책 속도조절'을 해야 하는 시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경제전문가는 “정책을 내놓기에 앞서 정책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충분히 돼야 하며 정책 방향성 선택에서도 국민에게 어떤 파급력이 생길지 미리 고민해야 한다”며 “올해는 사실상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여서 조급할 수도 있지만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정부가 선구안을 가져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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