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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중교통 정책, 산으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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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의 카톨릭관동대 교수
입력 2018-02-0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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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톨릭관동대학교 홍창의 교수

[홍창의 카톨릭관동대 교수]

한반도는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탁한 공기와 한치 앞도 안 보이는 도로의 모습이 서울로 전염되고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고 우리 국민들의 건강은 점점 더 위협받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변죽만 울리고 있다.

서울시가 미세먼지 저감대책이라고 내놓은 정책이 고작 차량 2부제와 대중교통 무료화다. 미세먼지의 근본 원인은 중국에 있는 데, 왜 딴청을 피우는가?

더군다나 1회 시행에 50억 원이나 드는 대중교통 무료화는 누구의 돈인가? 국민세금을 이렇게 흥청망청 써도 되는 것인가? 어쩌다 하루 대중교통 요금을 공짜로 해준다고,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던 사람들이 버스나 지하철로 갑자기 갈아타지는 않을 것이다.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들만 횡재한 기분일 것이다. 매우 즉흥적이고 단편적이 정책이다.

출·퇴근 시간 한정으로 서울 구간만 무료혜택을 주겠다는 발상은 애초부터 미세먼지 저감과의 연관성보다는 미세먼지의 위험에 대해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겠다는 의미가 컸다고 본다. 그러나 대중교통 무료가 2회, 3회를 거듭하면서 150억의 예산낭비가 언급되고, 급기야 차라리 미세먼지를 94%까지 차단할 수 있는 'KF94 마스크'를 서울시민 전부에게 나눠달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지경에 이르렀다.

대중교통 무료 운행이 예상 횟수를 넘길 가능성이 크자, 여유자금이 쌓여 있는 재난관련기금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미세먼지가 환경 재난이기 때문에 이 기금의 사용 목적에 부합된다는 논리는 궁색하기 그지없다. 엄밀히 말하면, 대중교통 무료운행 손실 보전금의 명목으로 지출되는 것이지, 순수한 재난사업비 지출은 아니라고 본다.

교통은 자가용 승용차 수단과 대중교통 수단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행교통과 자전거 교통도 있다. 그와 같은 교통수단들은 대중교통보다 더 친환경이다. 대중교통을 무료로 하는 논리라면, 보행 통근자와 자전거 통근자들에게도 하루 2,400원 이상을 주어야 한다. 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같은 논리로 또 돈을 주어야 한다. 한편 통신도 교통을 대신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이동통신료 보조도 재난예방비로 책정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 예산 지출을 ‘쌈짓돈이 주머닛돈’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왜 하필, 2018년도 초에 서울시가 대중교통 무료운행 카드를 꺼냈는지도 의문이다. 물론 그럴 리야 없겠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외밭에 가서 신발 끈을 갈아매지 말고, 배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을 귀담아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누가 봐도 대중교통을 정치 수단화하고 논쟁거리로 만드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번 대중교통 무료정책은 노이즈 마케팅과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자율적 차량 2부제도 교통량 감소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자가용 승용차의 통행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정책이 차량 2부제의 본래 뜻이었을 텐데, 정책목표의 근접은커녕 2% 미만 감소의 실패한 정책이 되어 버렸다. 정책실패에도 불구하고 차량 2부제를 강제화 하겠다고 한다면, 적반하장이다. 자동차세를 꼬박꼬박 내고 터무니없는 유류세를 부담하는 자가용 승용차 운전자를 갑자기 대기오염 주범으로 몰아 벌주겠다는 발상은 어처구니가 없다.

이제까지 미세먼지의 주된 원인이 중국에서 불어오는 서풍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외교 문제 때문에, 우리 정부가 이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중국오염물질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중국에게도 적절한 노력을 요구하고 국제사회에 공조를 얻어 미세먼지 해결에 나서야 한다.

자가용 승용차 운전자를 마녀 사냥으로 몰고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선심 쓴다고 미세먼지가 해결될 수 없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인 중국발 미세먼지를 먼저 차단한 뒤,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교통량 감축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순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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