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언론이 미국 국방부가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을 겨냥한 핵 태세 검토보고서를 발표한데 대해 전 세계를 다시 냉전 상황으로 되돌리고 있다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의 5일자 '미국은 핵 불장난으로 조만간 자기 눈썹을 태울 것'이라는 제목의 사평을 통해서다.
사평은 "미국의 핵 태세 보고서는 미국이 적대국을 겨냥한 ‘맞춤형’ 핵 위협 전략을 짜고 있으며, 미국이 앞으로 ‘극단적인 상황’ 아래 핵 무기를 사용할 것이란 입장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평은 “보고서는 미국이 핵 무기 사용 조건을 늘릴 것을 암시하고 있다”며 "미국이 향후 전쟁 중 먼저 소형 핵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증폭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오바마 정권의 핵 무기 감축 전략을 완전히 뒤집고 미국이 핵 역량을 강화할 것이란 걸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보고서"라고 꼬집었다.
사평은 보고서에서 특히 중국을 겨냥해 ‘중국이 핵 역량을 제한적으로 사용해 우위를 확보할 수 있고, 제한적인 핵 무기 사용은 용납할 수 있다'는 잘못된 결론을 내지 않도록 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 "중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핵 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약속한 유일한 핵 대국"이라며 "중국은 핵 대국 중 가장 자제하고 있다"고도 반박했다.
사평은 "최근 미국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부터 국방전략, 핵 태세 검토보고서를 볼 때, 미국은 전 세계를 냉전 시대 구도로 되돌리려고 하고 있다"며 "인류 평화 발전의 흐름을 거슬러 전 세계에 또 한번 핵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운다면 미국 정부가 역사적 죄인이 될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사평은 "미국이 더욱더 핵 무기를 중시할 것이고, 전략핵 위협에서 전술핵 위협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미국의 전술핵 주장의 점점 분명해지면서 중국도 이에 대응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사평은 "중국은 공개적으로 저강도 핵무기를 연구개발해 미국의 핵 전략 정책 강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평은 "중국이 그동안 (핵 무기를) 자제한 것은 전략적 겸손으로, 전 세계 평화에 대한 책임감있는 태도를 보인 것"이라며 "이제 중국이 핵 무기의 규모와 현대화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국가임을 미국에 보여줌으로써 미국이 더 이상 중국에 압박을 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평은 "미국의 안보관은 바뀌어야 한다"며 "안보는 대국이 공동으로 공유하는 것이지, 미국 혼자서 독점할 수는 없는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미국의 안보가 패권과 동일시될 수 없으며 다른 국가의 안보를 희생으로 삼아서도 안된다"고 경고했다.
전날 중국 국방부도 홈페이지에 올린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의 핵 태세 보고서를 겨냥해 십자포화를 날렸다.
런궈창(任國强) 대변인은 "미 국방부가 발표한 핵 태세 보고서는 중국에 대해 제멋대로 추측한 것이며 중국의 핵 역량 위협을 과장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런 대변인은 "중국은 평화발전과 방위적인 국방정책을 견지한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핵 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현지시간으로 2일 핵 태세 검토 보고서에서 "북한 미사일 위협보다 앞서 있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이러한 방어능력을 향상할 것"이라면서 "동시에 중국 혹은 러시아와의 군비경쟁을 막기 위한 조치도 취할 것"이라면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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