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평창 올림픽 기간 동안 북한 관리들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그는 만남이 성사되더라도 북한에 비핵화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보도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평창 올림픽 참석차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순방에 나서기 전 알래스카 엘먼도프 군사기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북한 측과의 만남 가능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대화를 믿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나는 어떠한 면담도 요청하진 않았다"면서 "그렇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어 펜스 부통령은 “내 메시지는 어떤 환경에서건 누구를 만나도 같을 것이다. 북한은 영원히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야욕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평창 올림픽을 선전전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고 “어디에서건 북한의 실상을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이 미 고위 인사 중 처음으로 평창에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평창 방문을 앞둔 펜스 부통령도 북·미 접촉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들은 이날 페루를 방문 중인 틸러슨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평창 올림픽 기간 동안 미국과 북한 인사들이 만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펜스 부통령이 방한 중 북한 대표단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혀왔지만,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입장이 미묘하게 달라진 것이라 주목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6일 평창에 펜스 부통령과 북한 의전서열 2위로 알려진 김영남 북한 최고 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방문한다는 사실을 주목하면서 "평창 올림픽 기간 펜스 부통령이 김 상임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북·미 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김 상임위원장이 군부 인사가 아닌 외교 쪽 인사라는 점에서 펜스 부통령과의 만남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이 강조한 대로 북·미 접촉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북핵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접근 없이는 북한을 둘러싼 교착 상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CBS 등 현지 매체들은 백악관 관리들의 말을 인용, 펜스 부통령이 방한 중 최고 수위의 국제적 대북 압박을 지속·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 보도했다. 북한에서 사망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가족이 펜스 부통령의 손님 자격으로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초대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CNN이 5일 보도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평창에 가족을 포함한 고위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CNN은 이방카 고문의 방한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올림픽위원회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라면서, 이방카 고문은 미국 대표팀이 참여하는 일부 경기도 관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방카 고문과 동행하는 나머지 대통령 대표단의 명단은 수일 내로 발표될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