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들의 일본 가공식품 수입이 늘고 있다. 원전사고로 일본산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여전한데도,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일본산 네슬레 킷캣 ‘미니라즈베리’와 ‘미니녹차’는 각각 지난해 10~12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최대 3배 늘었다.
킷캣 라즈베리와 녹차는 일본에서 인기를 끌면서 국내 수입으로 이어졌다. 이에 A사는 일본 네슬레와 손잡고 한정판 킷캣 신제품을 지난달 전 세계에서 처음 독점 공개했다. 핑크빛 초콜릿으로 만든 이 신제품은 일본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 들여온다.
B사는 오래 전부터 일본 아지노모도사의 조미료 등을 판매한다. 가쓰오부시 조미료와 중화요리용 소스 2종 등을 계열 대형마트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가 수입하는 파우치 형태 조미료, 수프 등은 일본 마츠사카시 미에현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C사도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진출하면서 일본산 가공식품 수입을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일본 야마야사의 명란 마요네즈를 1000개 한정 판매했다. 이 회사는 조만간 야마야사의 다른 제품을 2차 판매할 계획이다. 야마야사 명란 마요네즈 제조 공장은 후쿠오카에 있다.
이같은 식품업계 움직임과 달리 소비자들의 일본산 먹거리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국민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방사능 국민 인식도 조사 위탁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전국 성인 10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입규제를 지속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55.3%가 ‘수입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37.2%는 ‘매우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일본산 식품 수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45.5%로 절반에 가까웠다. ‘적어도 특정 지역(현) 산물 또는 특정 품목(수산물 등)에 대해서는 당분간 무조건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39.6%로 조사됐다.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은 “후쿠시마 인근 8개현에 대해 수산물 수입 금지는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지나치게 불안해 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소비자들은 수산물뿐 아니라 일본산 식품 전반에 대해 전반적으로 신뢰도가 낮아진 상태다. 국민정서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C사 관계자는 “일본 가공식품은 수익 창출보다는 새롭게 만든 모바일 플랫폼을 소비자들이 친근하게 여길 수 있도록 선보인 하나의 상품”이라며 “야마야 제품은 생산지가 후쿠시마와 멀리 떨어져 있고, 정부로부터 안정성을 입증 받았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본 식품은 워낙 비싸서 대량 구매한다고 더 싼 것도 아닌데, 이자카야 같은 레스토랑이나 사케를 들여오는 것도 아니고 식품업체들이 굳이 조미료 등을 수입판매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며 “굳이 일본산 제품을 들여오지 않더라도 국내 업체들 기술이 발달해서 한국인 입맛에는 국산이 더 잘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D사의 경우 원전 사태 이후 HMR 우동 제품에 들어가던 가다랑어포를 일본산 가쓰오부시에서 동남아산으로 전면 교체했다. 대신 연구원들이 새로운 소스를 개발해 제품 맛을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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