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별도 명단'의 성격이다. 검찰은 명단이 'VIP 채용리스트'인지 아니면 당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메모' 였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종오 부장검사)는 6일 오전 여의도에 있는 국민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수사관 25명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무실을 포함해 채용담당 부서 등 6곳을 수색했다. 검찰은 채용 과정에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 살피기 위해 신입사원 채용 등 인사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별도 명단의 성격은?
실제로 국민은행 측은 이 리스트가 "단순 메모 수준이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부행장은 심삼정 의원실(정의당 소속)을 방문하고 "명단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검찰에서 말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하나은행도 별도 명단 작성 사실을 인정했다. 전국영업점, 고객, 거래처 등으로부터 우수 인재 추천을 받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심상정 의원실(정의당 소속)에 따르면 2016년 1만여명이 지원한 공개 채용에서 55명을 추천받았고 이들에게 필기시험 기회를 부여했다.
다만, 하나은행 측은 명단이 '특혜'를 주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추천자의 합격 여부 문의에 응대하기 위해 실무담당자가 정리한 내용일 뿐이라는 것이다.
◆ 금융당국·정치권 총공세
금융당국은 조사 결과를 확신한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5일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 현장간담회' 후 "금감원 (채용비리) 검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믿는다"고 말했다. 최흥식 금감원장도 같은날 "금감원의 조사는 정확하다"며 확신을 드러냈다.
금융당국은 채용비리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은행장을 포함해 채용비리에 연루된 모든 임원에 대한 해임건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임원이 법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 형사처벌에 처하면 임원 자격 상실의 사유가 된다.
정치권의 공세도 거세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명은 최근 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제재 실효성을 높이는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하면 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제재 실효성이 높아지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이 개정안이 채용비리 의혹에 얽힌 임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은행을 전방위 압박하고 있다"며 "정부가 민간 회사의 채용 절차를 문제 삼을 법적 근거는 없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근 우리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수사 결과, 금수저 채용 정황을 확인하고 이광구 전 행장 등 관련 임직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우리은행이 별도로 관리한 명단을 '채용 특혜 리스트'로 봤기 때문이다.
◆ 김태영 회장 "채용모범 규준 만들겠다"
상황이 이렇자 은행연합회가 나섰다. 연합회는 은행권 공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채용 절차를 공평하고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모범규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 공동으로 채용 모범규정을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라며 "필요하다면 감독당국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산업에 비해 은행권에서 유독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는 데 대해 김 회장은 "그 만큼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고 맷집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지속되고 있는 금융당국과 은행간 갈등에 관해선 "검찰 수사가 끝난 뒤에 빨리 봉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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