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초청 최고경영자(CEO) 간담회'가 열린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10여분 동안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으면서도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유지했다. 전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수감 353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였다.
특히 윤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석방된 것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혁신DNA를 가동한 '스피드 경영'에 본격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지난 1년동안 굵직한 M&A(인수·합병)나 대규모 투자가 없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조만간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그동안 중단됐던 대규모 투자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 삼성 '스피드 경영' 벌써 가동?...평택 반도체 2공장에 30조 투자
이 부회장이 석방되면서 삼성의 ‘스피드 경영’이 가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0조원을 투입해 평택 반도체 2공장을 내년 상반기까지 지을 계획이다. 이 부회장의 석방 이후 첫 대규모 투자 결정인 셈이다.
이와관련, 삼성전자는 조만간 경영위원회를 열고 평택 반도체 2공장 투자 건을 공식 승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 출소와 관계없이) 지난해 말부터 평택시, 건설업체 등과 투자 논의를 해 왔다"며 "반도체 수요에 적기 대응하기 위한 기초 건물 투자로 생산 제품, 투자 규모, 가동 시기 등은 추후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스피드 경영’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중국 IT(정보기술) 기업의 맹추격 등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에는 가장 절실한 전략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에서는 ‘스피드 경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문경영인들은 단기간의 전략을 짤 수 있다. 하지만 3년, 5년 뒤를 바라보고 미래 먹거리 발굴이나 대규모 투자, M&A 등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오너 리더십 특유의 결단력과 추진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 이후 관련 소식이 끊어졌다.
윤 부회장도 이 부회장이 구속된 당시 오너 리더십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애로를 토로한 적이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유럽 최대 IT전시회인 ‘IFA 2017’ 개막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는 여러 척의 배에 각각의 선장(전문경영인)들이 공동작업을 하고 있는 선단인데, 지금은 선단장(오너)이 없는 상황”이라며 “각 사업을 담당하는 부문장들이 그룹의 구조 개편이나 인수합병 같은 큰 결정을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석방으로 삼성은 이 부회장에 대한 대면 보고가 가능해졌다. 사업 재편 등 의사결정 과정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란 얘기다.
삼성 계열사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옥중에 있을 때도 경영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보고를 받았지만 매주 재판 일정까지 고려하면 최종 결재를 받기까지는 상당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이재용式 '뉴 삼성', 기업 시민으로서 역할 부각
이재용식(式) ‘스피드 경영’은 그의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新)경영전략 ‘마하경영’에 이어 ‘뉴(New) 삼성’의 경영 기틀이 될 전망이다.
마하경영은 삼성의 근본적인 체질개선과 혁신을 상징하는 화두로 초일류 기업이 되려면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삼성은 이미 완성형 글로벌 기업이다. 스마트폰에서는 애플을 꺾었고, 반도체에서는 인텔을, TV에서는 소니를 제친 저력 있는 회사다.
이처럼 이 회장이 ‘마하경영’으로 일군 초일류 기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 부회장이 그리는 ‘뉴 삼성’의 ‘스피드 경영’에는 사회적 가치 실현까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전날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지난 1년은 나를 돌아보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 더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는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보답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살아왔다”고도 했다.
이같은 이 부회장의 발언들은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주주친화정책 등과 맥락을 같이한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앞으로 주주친화정책이나 사회공헌사업 재정비 등을 통해 ‘기업시민’으로서 최선의 역할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무죄가 아닌 집행유예인 만큼 대외 행보는 당분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삼성전자 경영 정상화에는 속도를 내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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