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역점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방분권 추진이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지방분권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엔진이자, 우리 사회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를 넘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다.
지방정부가 지역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주도하는 지방분권의 경우, 행정권한이 중앙에 집중되지 않고 권한과 재원을 지방정부와 합리적으로 나눠 역할을 분담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지방정부로의 권한이양을 통해 중앙정부의 권한을 일부 축소한다는 의미도 담겼다.
중앙정부는 국가차원의 국방·외교·통상 등에 집중하고 △지역주민과 밀접한 식품위생 △재난·치안서비스 등 생활문제는 지방정부에 권한을 넘겨 자율적으로 해결토록 하는 것이다.
지역특성과 주민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조직·제도 운용으로, 지방정부마다 지역적 특색을 살린 다양한 정책이 펼쳐져야 지방정부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지방분권이 현실화되면 지자체는 이전보다 지역의 상황에 적합한 발전모델을 구상하고 실행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기반으로 급속한 산업화에 성공해 2016년 기준 세계 8대 수출국, 2017년 기준 GDP 세계 11위라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 △지방소멸 위기 △중앙정부의 문제해결력 상실 등 많은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통계청의 2016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인구 5127만명 중 49.5%인 2539만명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런 현상은 '지방 소멸'로 이어진다. 출산을 할 만한 젊은 사람이 빠져나간 전국의 많은 기초지방자치단체가 향후 30년내 인구 제로 현상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긴급한 재난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앙정부에 보고만 하다가 적기를 놓치고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2016년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만8218명(하루 평균 77명)으로,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다양성과 창조성이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중앙정부 중심의 획일적인 정책으로는 지역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없고, 지방발전과 국가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중앙정부의 권한 집중과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성장 전략으로 오히려 지방이 낙후되는 모순이 발생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지방의 소멸, 일자리·복지 등 다원적 현상에 대한 중앙정부의 대응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자치입법권 △행정권 △재정권 △복지권 등 4대 지방자치권 헌법화와 중앙정부에 쏠린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국가균형발전 달성을 위해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는 비전 하에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 분권'을 목표를 내걸었다.
중앙과 지방이 협력하고 상생하는 지방분권과 지방의 잠재력과 창의력을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 중앙에 집중된 권한과 재정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킨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이후 줄곧 지방분권 개헌을 언급했고, 연방제 수준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을 약속하기도 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비전회의'에 참석, 현행 중앙집권적 체제의 한계성에 대해 역설했다.
김 장관은 "그동안 국가발전의 모델로 채택해온, 중앙이 이끌고 지방은 따라가는 방식은 한계에 다다랐다"며 "우리사회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중앙집권적 국가발전 전략에서 탈피, 지방분권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1인당 GDP 3만 달러를 넘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로에 서 있다며, 특히 △저성장 △양극화 △저출산 및 고령화 △지방소멸 등의 어려움 해소가 국가적 과제라고 전했다.
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국민참여형 지방분권 개헌을 강조한 만큼, 행안부는 주무부처로서 지방분권에 전력을 다하고 개헌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헌법이 지방자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허울뿐인 지방자치였다.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위임이 없이는 지방자치단체가 활동할 수 없도록 손발을 묶었기 때문이다.
현재 국가사무와 지방사무의 비중은 중앙이 68%, 지방이 32%다. 재정지출은 중앙 40%, 지방 60%다. 조세수입은 중앙80%, 지방20%다. 국가가 지방에 위임하는 사무가 많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법령을 통해 전국적으로 지방에 하달한 획일화된 정책은 지방 실정에 맞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거나 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이름은 지방자치지만 이를 수행하는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법령을 집행하는 하급기관으로 전락했다.
이는 지방자치의 자율성을 침해로, 지역 간 타협과 협치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방자치를 정상화시키는 방향으로 인식된다.
임승빈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명지대 행정학과 교수)은 "한국사회를 돌아보면 중앙정부 중심의 산업발전으로 부작용이 발생했고, 결국 한계에 도달한 것"이라며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수준이지만 여전히 지역 간 격차는 상당하다"고 말했다.
김광구 경희대 교수(행정학과)는 "지방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방정부에 대한 불신, 무능, 부패 등의 시각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방정부 스스로가 주민과 함께하는 과정을 만들어내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재권 부경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지역정책으로 전환, 고기를 잡아주기보다 잡는 법을 알려주는 지역정책의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며 "지방분권형 개헌 추진 과정에서 지역민과 지역 정치엘리트의 주체적인 역량과 준비 수준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영철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전 한국지방자치학회장)는 "제주도의 경우 약한 분권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최근 4년간 연평균 12.94%의 증가율을 보였다"면서 "전국 평균인 2.66%의 4배 수준을 보이고, 관광수입은 매년 신기록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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