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분권 국가이자 1인당 국민소득 8만 달러인 스위스는 지역주민의 정책 결정권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에 힘입어 국가경쟁력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세계 최고의 번영을 이룬 경쟁력을 키우는데는 강력한 지방분권 보장이 한몫을 했다.
스위스는 1848년 하나의 통일된 국가가 되도록 중앙정부를 두되, 각 주가 자치제도를 살려 자기 일을 스스로 해결할 권리를 갖도록 하는 내용의 헌법을 제정했다.
스위스 캔턴(우리나라 광역시에 해당하는 행정단위)은 독자적인 법인격과 자치권을 보장받고 있다. 26개 캔턴과 2324개의 코뮌(캔턴보다 한 단계 아래의 행정단위)은 행정, 입법은 물론 조세권까지 갖는다.
스위스의 26개 캔턴은 서로가 유럽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한다. 또 세금을 얼마나 거둘지 결정하고, 법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주민총회를 통한 주민의 찬반 투표로 이뤄진다.
지역 사정에 맞지 않는 연방정부 정책도 지역 맞춤형으로 소화가 가능하다. 최근 연방정부가 주택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면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펼쳤다.
루체른시에는 특성상 100년 이상 된 고택이 즐비하다. 이 때문에 새로운 발전 시설을 설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루체른시는 고택을 수리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주택'으로 개조할 경우, 지원을 해주는 방식으로 지역의 사정에 맞는 에너지 정책을 수립했다.
연방정부와 맞물리지 않는 정책을 두고 지역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갈등의 해결책을 찾고, 새로운 정책까지 제시하기에 이른 것이다.
스위스의 원로 경제학자 르네 프라이(Rene Frey)는 지난해 자국의 지방분권과 관련, "스위스에서는 2300개의 지방정부가 잘살기 위한 경쟁을 한다"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세계화 시대에는 국가와 국가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과 지방이 국경을 넘어 경쟁한다.
지방분권을 헌법에 규정한 독일과 프랑스도 지방정부 주도로 세계적인 도시를 키워냈고, 그 도시들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독일에서는 지역대표형 연방상원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법안이 50% 이상이고, 지방자치와 관련된 조항이 44.2%에 달한다.
프랑스의 경우 2003년 헌법 제1조에 지방분권 국가임을 명시, 중앙의 권한과 재원을 지방정부로 대폭 이양했다.
세계 각국이 국가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지방분권에서 답을 찾았듯이, 우리도 지방분권을 통한 지역경쟁력 강화로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비전회의'에 참석, 지역간 수평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장치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독일의 사례를 들며 "지방분권이 되면 중앙정부가 교부세로 메워주던 것에서 손을 놔야 하는 만큼, 못 사는 지자체에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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