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CDU)과 사회민주당의 대연정 협상이 성사되면서 총선을 치른 지 5개월여 만에 새 정부가 출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원 투표 등 일부 절차가 남아 있지만 사실상 통과 가능성이 높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투자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 대연정 합의안 서명...메르켈 4기 내각 출범 가시화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7일(이하 현지시간) 베를린에서 호르스트 제호퍼 기독사회당 대표와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 대표와 대연정 본협상을 추진, 마라톤 협상 끝에 최종 합의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9월 24일 총선이 치러진 지 5개월여 만에 새 정부가 출범하는 것이다.
180여 페이지에 달하는 연정합의안에는 △ 기간제 근로 계약 기간 18개월로 축소 △ 오는 8월부터 난민 가족 한달 1000명씩 수용 △ 2025년까지 임금 중 연금보험료 20% 상한 △ 건강보험 제도 관련 공보험과 사보험의 통합 수수료 체계 검토 △ 프랑스와의 협력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내각 배분도 확정됐다. CDU는 경제부와 국방부, 식품농업부, 교육부, 보건부 장관직을 맡기로 했다. 사민당은 재무부와 외무부, 법무부, 노동부, 환경부 장관직을 담당한다. 내각 핵심으로 꼽히는 재무장관은 차세대 유력 주자로 꼽히는 올라프 슐츠 함부르크 시장으로 확정됐다. 제호퍼 대표가 내무장관을, 슐츠 사민당 대표는 외무장관을 각각 맡는다.
합의안과 관련 사민당의 당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찬반 투표 절차가 남긴 했지만 독일 안팎에서는 사실상 메르켈 총리의 4기 내각 출범에 주목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합의는 독일이 필요로 하는 것으로, 많은 나라들이 기대하는 안정적인 정부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 유로존 회원국도 대연정 환영...독일 EU 지원 정책에 주목
유로존 경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도이체벨레는 이날 보도를 통해 "보수적인 기존 재무장관 자리에 친(親)유럽연합(EU) 성향의 재무장관이 기용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남유럽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등 유로존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 채권 수익률은 7일 기준 0.04%p 높은 0.67%까지 뛰어올랐다. 이는 이탈리아 10년물 국채와 독일 간 격차를 1.19%p 좁힌 것으로, 2016년 9월 이후 가장 좁은 폭이다. 스페인/독일 간 수익률스프레드도 8년 만에 가장 좁은 0.65%p를 보였다. 포르투갈의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1.99%로 5주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채권 금리가 하락한다는 것은 유로존 재정 위기가 발발한 지 10여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부채를 갖고 있는 유로존 회원국들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 대연정 성공 이후 경제정책이 친EU 성향에 가까워진다면 유럽 경제 급성장과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으로 투자 유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고 도이체벨레는 전했다.
실제로 사민당은 그동안 EU 결속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유로존의 경제 안정 및 구조개혁을 위한 기금 마련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슐츠 대표는 "EU의 미래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독일의 EU 지원 정책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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