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경제상황이 과거 일본의 장기 불황진입 초기단계와 유사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인구변화에 따른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중장기 정책을 강화하고 청년고용 촉진을 위해 임금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기연구원은 8일 ‘일본 사회의 명과 암, 그리고 교훈’ 보고서를 통해 일본 경제 불황의 장기화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만, 그 근저에는 급격히 진행된 저출산과 인구고령화 현상이 있었다며 이같이 문제를 제기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총수요의 위축은 내수경기의 회복을 제약했고, 이는 2000년대 이후에도 일본경제가 지속적인 부진을 경험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여 년간 일본은 고령화 대응을 위해 정년을 65세까지 의무화하는 등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왔으며, 고령화 관련 정책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저출산 관련 정책의 경우 출산률을 높이는 책임을 정부 혹은 사회가 떠안는 방식(양육⋅교육비 경감 등)보다는 기업 혹은 가족에게 떠넘기는 방식(고용보장, 일-가정 양립 등)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여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른 한편으로 일본의 사례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일본 청년실업률이 1990년대 초반 자산버블 붕괴 여파로 2003년도에 8.5%까지 상승한 후 하락세를 보였다. 경기불황시기에도 일본의 최고 청년실업률이 최근 한국의 청년실업률보다도 낮은 요인 중 하나는, 일본 청년근로자들 간에 임금격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데 있었다.
2015년 15~29세를 기준으로 한국의 비정규직 대비 정규직의 평균임금은 약 2.1배에 달하지만 일본은 약 1.4배이고, 중소기업 대비 대기업의 평균임금 격차도 일본이 낮게 나타나(15~29세를 기준 한국 약 1.7배, 일본 약 1.3배), 일본 청년근로자들 간에 임금격차가 한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청년근로자들 간에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격차는 청년층의 조기 취업을 유도하는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김정훈 경기연 연구위원은 “소득격차의 확대는 내수경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며 “과거 일본과 유사하게 한국 경제의 부진도 공급측면보다는 수요측면에서 문제가 있으므로, 최근 아베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 정년 연장이나 폐지와 같은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정책을 지속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청년취업 촉진을 위해서는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뿐만 아니라, 근로자 간 임금격차의 축소, 중소기업 근로환경의 개선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저출산의 문제는 일본에 비해 심각한 상황이고, 인구고령화는 일본보다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안전망 제도의 확대와 이를 위한 조세제도 개편 등 중장기 재정확보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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