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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딛고 훈련에 집중한 심석희. 사진=연합뉴스 제공]
다행히 사태는 진화됐다. 해당 코치는 징계를 받고 선수촌을 떠났고, 심석희는 다시 선수촌으로 돌아왔다. 큰 충격에서 벗어나긴 힘들었을 터, 하지만 눈물을 닦고 다시 스케이트 끈을 묶고 날을 갈았다. 지난 5일 강릉에 도착한 심석희는 묵묵히 훈련에 집중했다. 웃음기 대신 비장함을 품은 채. 가슴에 품은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자신을 채찍질했다.
‘심석희’이라는 이름을 강렬하게 새긴 건 4년 전 소치동계올림픽이다. 당시 17세의 대표팀 막내였던 심석희는 ‘분노의 질주’로 3000m 계주 금메달을 안겼다. 마지막 바퀴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아웃코스로 폭풍 질주를 펼쳐 중국의 저우양을 추월한 대역전 드라마는 금메달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그랬던 소녀가 어느덧 대표팀의 주장을 맡아 정신적 지주로 두 번째 올림픽 무대에 섰다. 아픔은 겪었지만, 애써 “괜찮다”며 엷은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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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표정으로 훈련 분위기를 띄우는 최민정.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민정의 유일한 약점은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이라는 점. 올림픽의 무게감을 이겨낼 수 있는 든든한 지원자가 바로 심석희다. 대표팀이 가장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있는 종목도 팀 호흡이 중요한 3000m 계주다. 서로의 등을 밀어주고 있는 심석희와 최민정의 평창의 바람은 하나다. “후회 없이 훈련했다. 마지막에 웃고 싶다.”
AP 통신은 평창올림픽에서 한국이 8개의 금메달을 수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쇼트트랙에서만 7개의 금메달을 가져갈 것으로 내다봤다.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 황대헌이 1000m와 1500m, 5000m 계주에서 3관왕에 오르는 시나리오와 함께 ‘최강 듀오’ 심석희와 최민정이 여자 쇼트트랙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한국의 평창올림픽 첫 금빛 소식도 쇼트트랙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10일 남자 1500m(서이라 임효준 황대헌)을 시작으로 13일 여자 500m(최민정), 17일 여자 1500m(심석희 최민정 김아랑), 남자 1000m(서이라 임효준 황대헌), 20일 여자 3000m 계주(심석희 최민정 김아랑 이유빈 김예진), 22일 여자 1000m(심석희 최민정 김아랑), 남자 500m, 5000m 계주(서이라 임효준 황대헌 김도겸 곽윤기)의 금빛 레이스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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