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비인기 종목에 600억·100억..바보 회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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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18-02-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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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 불씨 살린 재계 거인의 물밑지원

우여곡절 끝에 개최를 따낸 평창 동계올림픽이 드디어 시작됐다. 88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세계인의 축제를 안방에서 열게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두 번의 고배를 마시는 동안 사회 각계에서 숱한 노력이 투입됐다. 상대적으로 비인기 종목이 많은 동계스포츠를 물밑에서 지원해 온 재계의 지원사격이 무엇보다 주효했다.

 

신 회장(오른쪽)이 지난해 11월 세계스키연맹(FIS) 집행위원회에 참석해 플라비오 로다 이탈리아 동계스포츠연합회 회장에게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상황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 롯데그룹 제공]


◆개최부터 흥행까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동분서주

롯데그룹은 이번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최전선에서 활약했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전면에 나서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비인기 종목으로 꼽히는 설상(눈) 스포츠의 발전에 꾸준히 기여했다. 신 회장은 2014년에 대한스키협회장에 취임하며 본격적인 평창 지원사격에 나섰다. 2016년 6월에는 국제스키연맹(FIS) 집행위원에 선임되면서 해외 외교활동에도 가속도를 붙였다. 신 회장은 지난해 2월에 스위스에서 열린 FIS 회의, 5월에는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FIS 집행위원 회의에 참석해 평창동계올림픽 홍보에 힘을 쏟았다. 국내에서도 성황봉송에 직접 나서면서 마지막까지 평창올림픽의 흥행에 온몸을 던졌다.

설상 종목은 그간 국제위상에 비해 국내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영역이다. 동계올림픽에 걸린 100여개의 금메달 중 60개가 설상에서 나올 정도로 규모가 크다. 대한민국은 국내 스키장 인구수가 7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아직까지 설상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적이 없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적극적 움직임 외에도 자금적 부분에서도 큰 기여를 했다. 롯데그룹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사를 비롯해 기타계열사를 합해 총 6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후원했다. 보통 제조사를 중심으로 참여하는 스폰서 업체에 비하면 유통사가 대규모로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롯데는 자사의 유통채널을 통해 패딩과 스니커즈(신발) 등 관련 상품을 출시해 평창 동계올림픽의 흥행에 앞장서기도 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사진=한라그룹 제공]


◆뜨거운 감자 아이스하키의 오랜 지원자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최근 남북 단일팀으로 세간의 관심을 듬뿍 받은 아이스하키는 한라그룹이 오랫동안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1994년 프로 아이스하키팀인 만도 위니아(현 안양 한라)를 창단해 20년 넘게 구단주로 활동할 정도로 애정을 쏟고 있다. 사실상 아이스하키 불모지대와 다름없는 국내에서 아이스하키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20년 넘게 힘을 쏟은 인물이 정 회장이다.

최근까지도 국내 많은 사람들이 아이스하키팀의 존재 여부조차도 몰랐다. 90년대 아이스하키팀은 석탑건설, 동원드림스, 현대오일뱅커스, 만도 위니아(현 안양 한라) 4개의 실업팀이 고작이었다. 그러던 중 1998년 외환위기로 국내 기업들이 줄도산을 하며, 4개밖에 되지 않던 아이스하키팀도 점차 줄어들었다. 정 회장은 어려운 시절 버텨준 아이스하키팀과는 끝까지 간다는 다짐을 하며 한일 통합리그를 구성해 명맥을 이었다.

이후 일본팀과의 실력을 줄여가며 2010년에는 아시아 리그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되자 정 회장은 2013년부터 아이스하키협회장을 맡아 아이스하키 전력보강에 직접 나섰다.

팀 전력의 보강을 위해 캐나다·미국 등에서 7명의 외국인 선수를 귀화시킨 공로도 정 회장의 작품이다. 특히 2006년 토리노올림픽 이후 개최국 자동 출전 제도는 폐지됨에 따라 대한민국의 아이스하키 출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 때 정 회장이 구세주로 나섰다. 그는 2013년 스위스에 있는 연맹을 찾아가 읍소 끝에 올림픽 흥행과 팀의 전력보강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개최국 출전 약속을 받아냈다.
 

[ KB금융그룹]


◆빙상 여제를 키운 후원계의 금손 KB금융그룹

KB금융그룹은 소위 한국피겨 역사에서 여제로 남은 김연아 선수를 꾸준히 지원해 온 기업이다. 2006년 국내에서는 누구도 피겨스케이팅 종목에서의 성과를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KB금융그룹은 그 때부터 김연아 선수를 지원했다.

당시 시니어 경기에 출전하기 시작한 김연아 선수는 유망주에 불과했다. 마땅한 후원사가 없어 김연아 선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KB금융그룹이 가능성을 알아보고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김연아 선수는 이후 세계 최고의 피겨 선수로 성장했고 KB금융그룹도 함께 홍보 효과를 누렸다.

KB금융그룹은 이후에도 다양한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 가능성을 보고 후원을 이어갔다. 대부분 비인기 종목에 불구한 동계스포츠에서도 KB금융그룹의 후원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봅슬레이(원윤종-서영우 국가대표팀), 스켈레톤(윤성빈), 피겨스케이팅(최다빈, 차준환, 임은수, 유영, 김예림), 아이스하키 남녀 국가대표팀 등이 그것이다.

특히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종목은 KB금융그룹이 후원을 시작한 지 1년만에 성과를 냈다. 2016년 각각의 종목에서 원윤종·서영우 선수가 세계랭킹 1위, 윤성빈 선수는 세계 2위를 기록했다. KB금융그룹의 후원이 금손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빙상위의 체스 ‘컬링’ 신세계의 뚝심 지원

컬링은 국내에서 매우 생소한 빙상종목이다. 외국에서는 빙상위의 체스 혹은 볼링이라고 불릴정도로 전략과 지능이 필수적인 게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부분의 동계올림픽 시청자는 경기의 규칙조차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꾸준히 지원한 기업이 있다. 바로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2년부터 대한컬링경기연맹과 후원계약을 맺고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지원 범위는 연맹의 운영부터 전국대회 개최, 우수팀 훈련비 등 컬링의 육성을 위해 다방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보였지만 성과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과거보다 컬링을 알아가는 국민들이 늘어났다. 또 국제대회의 성적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지난달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은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캐나다 대표팀을 누르고 그랜드슬램 대회 4강에 올랐다. 또 혼성그룹인 믹스더블 대표팀도 지난해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 믹스더블컬링선수권대회에서 6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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