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공개(ICO) 금지를 두고 찬반측이 평행선을 달렸다. ICO의 문을 열어 기술 선진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과 핸드폰 보상 판매와 다르지 않은 ICO를 미화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교수는 8일 국회에서 열린 ‘가상통화 규제의 쟁점과 개선과제’에서 “ICO를 샌드박스 제도 안에서 실험하도록 하고 성과가 좋으면 ICO 허용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ICO는 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형태다. 규제 샌드박스는 마음껏 뛰노는 모래 놀이터처럼 신산업과 신기술에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ICO를 금지하나 일부 업체는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는 식으로 정부의 눈을 피하고 있다. 이영환 차의과대학교 교수는 “위법성과 불법성이 있는 사람들이 ICO를 하고 있다”며 “ICO 금지는 실효성도 법적인 근거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컸다.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ICO는 옛날물건과 새 물건을 바꾸는 것으로 핸드폰 보상판매와 다르지 않다”며 "ICO를 미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암호화폐는 금융산업이 아니다”며 “거래소는 ‘교환소’, 상장은 ‘취급’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가상통화 규제 도입 두고 의견 제각각
차 국장은 가상통화 채굴이 “인류 사회와 공존할 수 없는 모델이다”고 못 박았다. 그는 “채굴자들이 올해 사용하는 전기량은 아르헨티나 전체 가구에 맞먹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채굴자수를 제한하거나 월급쟁이로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또 “법적 근거, 발행자, 법화와의 교환을 보장하지 않는 투자대상을 정부가 신뢰성을 감별해 책임있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암호화폐 투자적격업체를 지정하는 일은 논리적·현실적으로 부적절하다”며 거래소 인가제 등 규제 도입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원종현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 조사관은 한국 가상통화 시장이 해외와 차별화된 점에 비춰 “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수준의 규제를 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세계 알트코인 거래에서 원화 거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외국과 시장 모습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는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한다”며 “대다수 거래소의 자본금은 몇 억 혹은 몇 천 만원 수준으로 건전성이 낮다”고 비판했다.
반면, 정부가 기존 시각에 매몰 돼 신산업 육성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가격이 폭등하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나 불법 행위에는 강력하게 대처하되 이와 별개로 가상통화를 육성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신승현 데일리금융그룹 대표는 “(가상통화 규제에는) 중앙집권화된 권력 기관들의 입김이 많이 반영된다”며 “기존 시각의 이해관계인들이 하는 말에 휘몰리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