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엔터프라이즈] 카카오, 올해 일본서 대약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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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 기자
입력 2018-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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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올해 일본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카카오가 일본에서 선보인 웹툰 플랫폼 ‘픽코마(piccoma)'의 가파른 성장이 그 배경이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지난 8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일본 픽코마의 모든 지표들이 우상향하고 있고, 유료 이용자가 전 분기 대비 20% 증가했다”며 픽코마의 성과를 강조하고 나섰다. 

카카오의 일본시장 공략 무기는 콘텐츠와 현금이다. 웹툰과 게임, 음악과 글로벌 주식예탁증권(GDR) 발행으로 조달한 1조원 규모의 실탄으로 콘텐츠와 플랫폼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선다. 카카오는 2010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글로벌 시장 선점에 실패한 지 8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 


◆ 日 웹툰 업계 신흥세력으로 떠오른 '픽코마' 

2017년은 일본에서 웹툰이 주목 받은 한 해로 기록됐다. 5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출판 만화 시장이 불황의 늪에 빠지자 출판사들이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보는 '웹툰 앱'으로 활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모바일 앱 시장 분석 업체 앱애니가 지난달 말 발표한 '2017년 스마트폰 앱 수익 랭킹'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신흥세력 픽코마가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앱애니가 발표한 수익 랭킹 30위 중 만화·웹툰 관련 앱은 9개다. 1위는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LINE)의 '라인망가', 2위는 일본 최대 출판사 슈에이샤의 '소년점프플러스'로 지난해와 변동이 없었지만, 3위에 카카오재팬의 '픽코마'가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현재 픽코마는 일본에서 하루 이용자 수가 100만명에 이른다. 월 평균 방문자는 250만명으로 작품 콘텐츠 수도 1350개에 달한다. 일본에서 도서 분야 앱 다운로드 수 1위를 기록 중이며, 매출은 라인망가에 이어 업계 2위지만 올해 말이나 내년에는 라인망가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2017년 일본 앱 시장 수익 랭킹 11위에 픽코마가 이름을 올렸다. 웹툰 앱 중에선 3위다. (자료=앱애니)


픽코마는 '기다리면 무료'라는 콘셉트로 웹툰을 본 뒤 24시간을 기다리면 다음편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내세워 재미를 봤다. 24시간을 못 기다리겠다는 이용자는 요금을 지불하면 곧바로 다음편을 볼 수 있다. 2016년 4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픽코마은 지난해 9월에 다운로드 수 500만을 돌파했다. 

일본 웹툰 업계 관계자는 "라인망가의 1700만 다운로드 수와 소년점프플러스의 800만 다운로드 수를 픽코마와 비교하면 크게 격차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픽코마는 단순히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 모델이 아니라 다음편을 궁금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이용자를 늘려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픽코마의 성장 속도가 경이적이고, 기다리면 무료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젊은 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며 "기다리면 다음편을 읽을 수 있고, 못 기다리면 돈을 지불해 읽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시스템이 일본 독자들에게 알기 쉽고 신선하게 다가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


◆ 카카오가 일본을 선택한 이유 

박성훈 카카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난달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일본 사업의 투자에 주력해 게임과 음악 시장에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픽코마와는 다른 별도 앱을 만들어 콘텐츠 사업을 강화해 분기당 60억원 규모의 일본 매출을 3배인 180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박 CSO는 구체적인 수익 모델도 제시했다. 동영상 사이트의 일반 광고보다 5분 정도 긴 광고를 전송해 광고를 시청한 이용자에게 포인트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광고를 시청하면 포인트를 부여 받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현금 없이도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일본 시장 공략의 계기는 픽코마로 성공 가능성을 엿본 탓도 있지만, 일본 시장이 향후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을 토대로 카카오는 글로벌 공략의 최우선 순위로 일본을 선택했다. 콘텐츠를 제값을 주고 구입하는 일본 이용자들의 특성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일본은 한 해에 태어나는 신생아가 100만명에 달해 30만명인 한국에 비해 모바일 콘텐츠의 성장성이 크고, 중국에 비해 일본은 플랫폼 구축이 쉽다"며 "일본은 아직 모바일 콘텐츠 시장이 초기단계여서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전후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가 일본시장 진출을 대약진의 계기로 삼으려는 전략은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행보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김 의장은 지난해 11월 카카오재팬의 이사회 임원으로 합류하면서 일본 투자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 의장은 한게임 창업 시절부터 굵직한 M&A를 추진하고 성공시켜 왔기 때문에 카카오 내부에서도 일본시장 진출에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 카카오의 힘, 매출의 절반이 콘텐츠 

지난주 카카오가 발표한 2017년 연간 실적은 매출액 1조9724억원, 영업이익은 1650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콘텐츠 분야의 매출은 전년 대비 40% 성장해 콘텐츠 기업의 힘을 과시했다는 평가다.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퍼블리싱을 맡고 있는 배틀그라운드는 지난해 11월 서비스 시작 이후 이용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으며 일일 이용자 50만명, PC방 점유율 압도적 1위를 기록했으며, 지난달 25일 15세 이용가 버전이 서비스돼 저변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게임은 지난해 4분기에 출시된 프렌즈마블이 300만명의 다운로드로 양대 앱 마켓 매출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


뮤직의 경우, 지난해 4분기 말 멜론 유료가입자 수는 455만명으로 전분기 대비 15만명 순증하는 좋은 성과를 기록했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돌아오는 정기주총에서 사명을 카카오M으로 변경하고, 1월에 출시된 '멜론 위드 카카오'를 시작으로 카카오 이용자들이 좋은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의 지난해 4분기 거래액도 전년 동기 대비 60% 성장한 420억원을 기록했으며, 2017년 총 거래액은 1468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올해 1월부터 웹툰·웹소설뿐 아니라 VOD(다시보기)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해 또 한 차례의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 임지훈 대표 "카카오, 공격적 투자 이어갈 것"   

임지훈 대표는 "신규사업이라 불릴 수 있는 인공지능(AI) 스피커, 픽코마, 카카오뱅크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여전히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맞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준 사례"라며 투자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


임 대표는 "기존사업에서 이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기회들이 보이는 영역들에서는 공격적인 투자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GDR을 통해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사회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질 것으로 믿고 있고, 카카오가 좋은 역할을 하면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올해도 지난해와 대비해서 더욱더 공격적인 투자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내달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여민수 광고사업총괄 부사장과 조수용 공동체브랜드센터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임 대표는 자문역으로 물러난다. 새 공동대표는 임 대표가 만들어낸 다양한 신규 사업에서 수익을 올리는 역할에 집중하게 될 전망이다. 

임 대표도 "여민수 부사장이 대표가 됨으로써 광고 부문에서 더 좋은 성과가 날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것도 있다"며 "2018년도는 어떻게 보면 신규 플랫폼이 나왔던 것을 조금 더 데이터 비즈니스 기반으로 현실화시켜 나가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익을 올리는 임무가 부여된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 하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늘린다는 기조와 방향성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카카오의 새로운 공동대표로 내정된 여민수 카카오 광고사업부문 총괄 부사장(왼쪽)과 조수용 카카오 공동체브랜드센터장(오른쪽).  


임 대표는 "카카오의 강점 중 하나는 유연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테스트했던 어떠한 서비스나 사업이 의미있는 반응을 보였을 때는 공격적인 투자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픽코마를 들었다. 

임 대표는 "픽코마가 일본에서 우리의 예상보다 더 좋은 반응이 나와 그 자리에서 100억원대 이상의 투자를 결정했다"며 "카카오는 지금 많은 기회들을 보고 있고 다양한 테스트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거기서 좋은 결과들이 나온다면 그때는 공격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퇴임을 앞둔 임 대표는 "이제는 체계가 잘 잡혀 있는 카카오의 구조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카카오의 자산들을 꿰어서 더 좋은 보배로 만드는 타이밍"이라며 "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고, 여민수·조수용 부사장은 저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믿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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