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탱크 바이애슬론 영문판 경기규칙. 출처=러시아 국방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의 멋진 활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귀화한 러시아 출신 태극 전사 티모페이 랍신(30)이 대한민국 바이애슬론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습니다.
랍신 선수의 고향 러시아에서는 탱크로도 바이애슬론 경기를 치른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 가요? 군사훈련과 스포츠를 접목한 탱크 바이애슬론 챔피언십은 올해로 벌써 5번째를 맞는 명실상부한 국제대회입니다.
◇ 탱크로 바이애슬론을?… 역시 불곰국
탱크 바이애슬론 챔피언십의 경기규칙은 이름대로 총을 메고 설원을 스키로 달리며 중간중간 정해진 곳에서 사격하는 바이애슬론을 본 떠 만들었습니다. 3대의 탱크가 한 팀으로 한 번에 4대의 탱크가 출전합니다. 7.1km 길이의 경기장을 세 바퀴 달리면서 표적을 맞혀야 합니다.
경기장은 출발선, 종료선, 가속 구간, 사격 구간 두 곳, 방해물 기동 구간(이는 궤도교각, 인공언덕, 대전차호, 지뢰지대 등)으로 구성됩니다. 참가 탱크들은 방해물 코스를 통과한 뒤 지정된 사격 구간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 스웨덴, 이탈리아, 영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 회원국들이 2회 대회에 참가할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러시아와 서방 간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참가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나토 회원국들도 2016년부터 유럽 스트롱 탱크 챌린지 대회라는 비슷한 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탱크 바이애슬론 챔피언십과 다른 점은 스포츠적인 요소보다 전술적인 요소가 더 많이 가미됐다는 것과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등 동부권 국가가 참여한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 탱크 바이애슬론 대회 결정적 장면들
모든 스포츠 경기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하는 데요. 이 대회도 예외는 아닙니다. 1회 대회에서 러시아의 들러리에 불과했던 아르메니아가 2회 대회에서 갑자기 12개 참가국 중 2위라는 성적을 거뒀습니다.
러시아는 최신형 T-72B3M로 중국은 Type-85를 1995년 개량한 Type-96A로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아르메니아는 1980년대 생산된 T-72B 탱크로 경기에 출전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습니다.
그런데도 세 번째로 경기에 나선 아르메니아 탱크는 오히려 러시아 탱크보다 59초 앞서는 놀라운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최종 기록을 보면 아르메니아는 80분 03초로 1위인 러시아에 4분 46초 뒤졌지만 3위인 중국보다 10분 53초나 앞섰습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3회 대회부터 중국을 제외한 참가국의 탱크가 T-72B3M로 모두 변경됐습니다. 이후 러시아와 중국의 메달 독식이 계속됐습니다.
4회 대회에서 중국은 참가 탱크의 반응장갑과 연료탱크를 떼어내는 등 최대한 무게를 감량하는 꼼수를 썼습니다. 당시 중국 Type-96B는 주행 중 보기륜(탱크를 지탱하는 바퀴)이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벌어져 체면을 구기기도 했습니다.
다시 이변이 벌어진 것은 지난해 열린 5회 대회입니다. 두 번째 탱크가 경기를 마칠때까지 2위를 지키고 있던 중국을 마지막 바퀴에서 맹렬하게 스퍼트를 낸 카자흐스탄이 불과 0.09초의 차이로 중국을 눌렀습니다.
사격이 정교하지 않았던 카자흐스탄은 속도로 승부를 걸었던 전략이 통한 것입니다. 또 이 대회에선 러시아 탱크의 운전하던 전차병이 1위 세레머니를 하다가 여자친구에게 청혼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벌써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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