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누비며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과 글로벌화를 돕고 있는 코트라(KOTRA) 지역전문가들이 현장이 아니면 알기 힘든 글로벌 시장의 실체와 우리 경제의 생존법을 제시한 책들을 최근 잇달아 내놨다.
해외 수출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은 치열한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를 보자고 말한다. 특히 인도, 브라질, 중국, 유럽 같은 기회와 위협이 혼재된 거대 시장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그 지역의 전체 맥락을 봐야 비즈니스의 흐름을 찾을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
인도 전문가인 박민준 전 첸나이무역관장의 ‘포스트 차이나 진짜 인도를 알려주마(플랜지북스)’는 인도를 대하는 우리 기업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한다. 기회의 땅, 비즈니스하기 어려운 나라 등 특정한 모습으로만 볼 게 아니라 선입견 없이 그 자체로 들여다본다면 인도만큼 좋은 시장이 없다는 것이다. 성공적으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의 사례를 분석해 중소‧중견기업에 유용한 길라잡이를 제공한 부분과 저자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쓴 인도 문화적응기는 눈여겨 볼만하다.
이영선 상파울루무역관장은 최근 펴낸 ‘브라질은 바나나를 닮았다(경향미디어)’에서 3년 넘게 현지에서 지켜본 브라질과 브라질 사람을 바나나 같다고 말한다. 땅이 넓고 자원이 많으며 정치․사회․문화적으로도 다양해 바나나 같은 브라질과 자원이 없는 대신 사람을 앞세워 경제발전에 성공한 한국은 서로 이익이 되는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전 세계 프로팀에서 활약하는 삼바축구 브라질 선수에 빗대, 우리도 전 세계 누구나가 필요로 하는 글로벌 필수재를 개발해 세계 시장에 내놔야한다고 조언한다.
코트라 근무와 학위취득을 위해 중국에서만 총 12년째 살고 있는 허성무 선양무역관 부관장은 ‘반도체 전쟁, 4차 산업혁명 시대 중국의 역습(한국경제신문사, 남윤선·이정·허성무 공저)’에서 최근 한국 수출에서 가장 핫한 반도체와 중국의 관계를 정면으로 다룬다. 중국 반도체 산업을 움직이는 핵심인물들을 인터뷰해 세계 최고의 한국 반도체 산업이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모습을 생생히 담았다. “기술엔 국경이 없으나 기술자는 국적이 있다”면서 내부인재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관리 등 국가와 기업의 보다 체계적인 노력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유럽에서 20여 년을 근무하며 유럽의 경제 현장을 경험한 김윤태 런던무역관장은 ‘한국 경제, 유럽 현장에서 답을 찾다(새라의숲)’을 통해 지금 한국 경제의 가장 큰 화두인 일자리 창출의 아이디어를 유럽에서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독일과 스위스의 직업교육제도에 대한 높은 인식과 영국 혁신산업의 창의적 조직문화 등 건강한 산업생태계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든다고 분석한다. 또한 2016년 6월 당시 브렉시트 현장 모습과 그 전후로 영국민들이 보여준 대응도 담담히 적어 내려갔다.
지난 12일 퇴임한 김재홍 전 사장은 ‘큰 새가 먼 길을 가듯이(석탑출판)’에서 우리 수출이 나아갈 미래상을 직접 제시한다. ‘메이크 위드(Make with)’라는 이름의 이 모델은 단순한 상품수출에서 벗어나 상생과 호혜의 관점에서 해당국의 산업발전, 소득증대, 고용창출 등에 기여하는 미래지향적 무역성장 모델이다. 합자(Joint Venture) 등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기술과 브랜드를 보유한 우리 기업이 자본력을 보유한 현지기업과 제품생산에서 협력하거나 유통망을 갖춘 현지기업과 협력해 현지 진출을 강화하는 식으로 분업체계를 효과적으로 가동해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