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포제련소 논란] ⑥ 과거 사고도 현재 기준으로 단죄···좁혀지지 않는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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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입력 2018-02-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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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풍 석포제련소 앞 하천에 물이 흐르고 있다.[사진=채명석 기자]


(주)영풍 석포제련소가 소재한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은 지난 2일에도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지난해 정부가 석포제련소 문제에 대한 종합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한 뒤 이어지고 있는 조치 가운데 하나다.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지도 않았으나 이미 환경부 환경정책실장이 주관하는 TF팀과 대구지방환경청, 환경과학원 등 관계부처와 기관들은 수시로 석포제련소를 찾아 특별점검을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석포제련소가 받은 특별 점검만 20번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환경단체들은 여전히 석포제련소에 대한 의혹을 버리지 않고 있다.

◆2주에 한 번 꼴로 점검 받아야···업무 지장
작년 9월에는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감독기관과 석포제련소의 유착 의혹을 배제하기 위해 정기점검 예상 시기를 벗어난 날짜에 대형 버스 2대에 21명의 감독관들이 들이닥쳤다. 검사관들은 전국 지방 환경청에서 차출한 2~3년차의 젊은 직원들이었다. 그들은 가스가 나올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에 라이터 불을 켜며 살펴 볼만큼 석포제련서의 구석까지 다 들여다봤다. 그렇게까지 했음에도 이들은 석포제련소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증거를 잡지 못했다. 그러자 김은경 환경부 장관도 놀랐다는 후문이다.

이후에도 감독관들은 2주에 한 번 꼴로 불시·수시 점검을 위해 석포제련소를 방문하고 있다. 회사측은 성실히 받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지만 잦은 점검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석포제련소 임직원들은 동료들과도 하소연을 할 수 없을 만큼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제련소 관계자는 “자칫 우리의 이야기가 밖으로 세어나가 환경단체 사람들 귀에 들어갈 경우 뒤이어 벌어질 상황이 너무 아찔하다”면서 그저 조용히 본업에 충실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포제련소 직원과 석포면 주민들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조심스레 밝혔다.

한 관계자는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환경’이라는 단어가 붙는 이슈는 각각 30년 전, 20년 전, 10년 전 벌어졌던 사고를 현재의 감정에서 바라보니 모든 것이 잘못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 민감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기별로 정부의 환경기준은 다르다. 기업들은 그 기준에 맞춰 생산활동을 진행했다. 과거에는 느슨했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년 규제가 강화돼왔다. 그렇다면 시대별 규제 정책 흐름에 맞춰 봐줘야 하는데, 환경보호론자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 이뤄진 과정의 결과물을 현재의 기준으로 판단하니 당연히 문제로 보일 수밖에 없다. 어쨌건 예전에는 기준을 지켰다고 하지만 그 결과 지금의 오염으로 이어졌으니, 지금 기준으로 보면 문제가 있는게 맞다고 볼 수 있다”면서 “법의 시각에서는 위반이 아니지만 정서적으로는 잘못됐으니 환경단체의 주장 가운데 틀린 점이 많아도 우리로서는 ‘당시는 (환경기준이) 그래서 안했다’고 변명할 수 없다”고 전했다.

◆유일하게 남은 대규모 아연 제련소···오염 주범 낙인찍혀
석포면 주민들은 환경단체들이 석포제련소 폐쇄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펴는 배경에도 낙동강 수질오염의 원인을 파헤치던 중 석포제련소가 다른 곳도 아닌 낙동강 상류에 입지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40여년전 봉화군 일대는 100여개의 비철금속 광산과 제련공장과 탄광이 들어선 비철금속 생산단지였다. 하지만 현재 남은 것은 이 곳 뿐이다.

석포면 주민 김 모 씨는 “유일한 대규모 제련소이자 대기업이니, 석포면 주민들은 환경단체들의 먹잇감으로는 그만이었을 것”이라면서 “과거의 기업들은 사라지고 없으니 그 때의 기업들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지 않겠느냐. 그러다 보니 석포면 일대에서 안동댐까지 조사결과 드러난 토지, 수질 환경오염의 모든 원인은 전부 석포제련소에 잘못을 덮어씌우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석포제련소 주변 산림들 가운데 상당수가 붉게 물들어 고사했고, 안동댐과 낙동강의 물고기와 왜가리가 폐사한 것도 석포제련소 원죄론에 심을 실어주고 있다. 이들 사진은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어 석포제련소에 대한 여론의 반감을 부추기고 있다.

환경부와 광해관리공단 등이 조사한 결과 물고기 등의 떼죽음은 오랜 시간 안동댐에 물을 담아둔 덕에 40여년 전부터 낙동강 상류에서 내려와 쌓인 중금속 찌꺼기가 원인이었고, 이들 중금속은 석포제련소가 아연 제련을 위해 수입한 정광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석포제련소 주변 산림 고사는 정작 연기(수증기)를 내뿜는 굴뚝 옆에는 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오염물질이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없다. 해당 산은 화재가 수차례 발생했는데, ‘돌이 많고 마을 앞에 개가 있었던 것’이라는 석포(石浦) 지명의 유래대로 거대한 바위산이라 새로 심은 나무가 다시 뿌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 이런 사실이 모두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귀농인·안동시민들이 폐쇄 목소리 높여
이와 함께, 석포제련소 폐쇄를 주장하는 이들의 주축이 외지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온 귀농인들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농촌 인구 감소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은 귀농인 유치를 위한 다양한 우대혜택을 마련했고, 봉화군도 석포제련소에서 20km 떨어진 소천면 일대에 3000여 세대 6000여 명의 귀농인들이 살고 있다. 석포면에 살고 있는 2200여명, 1100여 세대보다 월등히 많은 숫자다. 도회지에서 생활하다가 공기 좋고 물 맑은 농촌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갖고 들어온 이들에게 생각도 못했던 석포제련소가 눈앞에 있으니 분노를 참을 수 없었을 거라는 것.

이들 이외에도 안동 시민들 또한 생존·경제적인 이해관계와 맞물려 석포제련소의 폐쇄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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