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역대 최다 기록인 92개국·2925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한국과의 인연이 즐거운 선수들이 있어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평소 관심이 많았던 한국에서 열린 올림픽에 참가한 것 이외에도 높은 성적으로 잊지 못할 추억을 쌓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로는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따낸 재미교포 클로이 김이다. 클로이 김의 부모는 모두 한국인이다. 20여년 전 미국에 정착해 클로이를 낳았다. 부모님의 나라인 한국은 그녀에게 있어 올림픽 데뷔전과 금메달을 따게 해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나라다. 17세라는 어린 나이에도 스노보드 전설로 불리는 그녀는 3년 연속 미국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스피드스케이팅 50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도 한국과 인연이 깊다. 2014년부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어로 글을 남겨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15년 8월에는 트위터에 “안녕하세요. 한국의 팬 여러분 요즘 정말 후덥지근하죠? 여러분 더위 조심하시고 조금만 더 힘내세요”라고 적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특히 외국인들이 모를법한 ‘후덥지근(또는 후텁지근)’이라는 단어를 쓴 것에 놀랍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2017년 1월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에 다시 와서 기쁘네요. 다음주 목요일부터 강릉에서 열리는 세계종목별 스피스드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만나요”라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더욱이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과도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그의 한국 인연은 더욱 특별하다.
스키 여왕으로 불리는 미국 알파인 여자 스키 국가대표 린지 본도 한국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그녀는 지난 9일 평창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전 참전용사인 할아버지를 위해 선전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할아버지인 도널드 킬도씨는 그녀에게 스키를 가르쳐준 스승으로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던 그녀에게 한국전쟁 참전 얘기를 들려줬고 한국을 함께 찾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킬도씨는 지난해 11월 숨을 거뒀으며 린지 본은 기자회견에서 할아버지에 대한 질문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국에 도착한 소감을 “나는 너무 흥분돼”라고 한글로 적는 등 한국 방문에 특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 문화에 빠진 선수들도 주목받고 있다. 올림픽 데뷔전에서 세계 신기록을 작성한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도 그중 하나다. 평소 케이팝(K-POP)을 즐겨 듣는 그녀는 그룹 ‘엑소(EXO)’의 팬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엑소 전 멤버의 사진을 갖고 있다”면서 “엑소는 내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다. 춤을 추면서 동시에 노래하기 위해선 평소 얼마나 열심히 연습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엑소는 오는 25일 평창올림픽 폐회식에서 공연할 예정으로 두 스타의 만남이 성사될지도 관심사다.
미국 피겨 선수 브레이디 테넬은 한국 음악 선율에 맞춰 연기해 주목을 받았다. 테넬은 11일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삽입된 이동준 음악감독의 곡 ‘태극기 휘날리며(Taegeukgi)’에 맞춰 연기를 선보였다. 결과는 기존 최고기록인 67.01을 넘어선 68.94점으로 자신의 쇼트프로그램 시즌 최고 기록을 세웠다. 테넬의 프로그램 곡 선정 이유는 한국인 친구의 추천이었다. 테넬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피겨스케이팅을 함께했던 한국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의 연기 프로그램이 ‘태극기 휘날리며’였다”며 “그 친구는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는데, 자신의 프로그램을 내게 추천해줬다”고 소개했다. 이어 “음악을 듣는 순간 감동이 밀려왔다”면서 “평창올림픽에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생각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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