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 됐다. 이로써 신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지주사 전환 등 ‘뉴롯데’ 비전 추진은 올스톱될 위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오후 최순실씨 1심을 선고하면서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 회장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했다.
앞서 신 회장은 거액의 횡령·배임 등 롯데그룹 경영비리 1심 재판에서 실형을 면한 터라, 이번 선고도 무죄 또는 집행유예가 예상됐다. 신 회장도 이날 오후 처음엔 굳은 표정으로 법원에 들어섰지만 이내 법정에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재판부가 무거운 형량을 선고하자, 신 회장과 롯데 관계자들은 탄식 속에 고개를 떨궜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 신동빈은 대통령 단독면담시 면세점 재취득 문제가 현안이었고 이에 대한 지원을 요구한 점, K스포츠재단에 추가 출연을 한 기업은 롯데가 유일하고 지원금도 70억원의 거액인 점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 피고인 신동빈은 직무상 대통령 영향력이 롯데에 긍정적으로 미칠 것을 기대하고 지원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앞서 신 회장은 2016년 3월 롯데면세점(월드타워) 신규 특허 취득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최씨가 사실상 지배한 K스포츠재단에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제공한 혐의(제3자 뇌물공여)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롯데가 면세점 특허 탈락으로 여러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하자, 박 전 대통령에게 현안 해결에 도움을 바라고 부정한 청탁과 함께 돈을 제공했다며 뇌물 징역 4년과 추징금 70억원을 구형했다.
이에 롯데 측은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 탈락 발표 이전부터 정부가 면세점 특허 수 확대를 논의해왔고, 대가를 기대하고 출연한 것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선고를 통해 신 회장의 제3자 뇌물죄의 성립 요건인 ‘부정한 청탁’을 인정했다.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2심 재판부가 내린 무죄 선고와 상반된 판단을 한 것이다.
신 회장이 이날 즉각 구속 수감됨에 따라, 호텔롯데 상장 등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통한 ‘뉴롯데’ 추진은 전면 중단될 위기다. 또한 해외사업 진출 확장, 대규모 M&A(인수합병) 등도 모두 속도를 낼 수 없게 됐다.
특히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 롯데는 이미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설립,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왔지만 오너인 신 회장의 실형 선고로 인해 좌표를 잃게 됐다. 그룹 2인자인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경영권 바통을 이어받더라도 오너 부재에 따른 타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상장시 거래소의 주요 평가항목인 경영투명성에서 다시 한번 낙제점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롯데는 롯데 경영비리 혐의 관련 검찰수사로 인해 2016년 기업공개(IPO)를 포기한 바 있다. 재계는 신 회장이 2심에서 무죄를 받지 못할 경우, 향후 3년 가까이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은커녕 신성장동력을 잃는 등 최대 위기에 처할 것이란 관측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도 동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 회장은 일본을 오가며 일본 롯데 주주들에게 ‘실형’은 면할 것이라며 경영권 유지에 공을 들여왔다. ‘왕자의 난’을 야기한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 측도 신 회장의 부재로 인해 또 한번 ‘경영권 탈환’을 노릴 공산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재판부의 실형 선고에 롯데가 무척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면서 “당장 14일이 신 회장의 63번째 생일인데, 개인적으로도 안타까운 일”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별개로 신 회장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모녀가 롯데그룹에서 일한 적 없음에도 508억원을 급여 명목으로 지급해 횡령한 혐의 등 경영비리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과 관련한 업무상 배임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판단, 신 회장에게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신 회장 측이 모두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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