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제도 도입 10년…해결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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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기자
입력 2018-02-1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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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참여재판 10년…재판 개시·기속력 쟁점

  • 개정안 통과 기대…법무부 "국회 지원할 것"

  • 대상 사건 중 단 1.6%에 그쳐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돼야"

국민참여재판제도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8년 1월1일 도입 시행됐다. 국민이 재판에 직접 참여해 ‘국민주권주의’와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목적에서다. 올해로 10년을 맞은 국민참여재판제도는 대체적으로 당초 취지에 부합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재판 개시요건, 배심원 평결의 기속력 부재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법과정치>는 국민참여재판제도 도입 10년을 맞아 현재와 미래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배심원이 국민참여재판 법정에 들어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국민참여재판 10년…개정안 발의만 수년째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한 사람의 재판장에 따른 널뛰기 재판에 과연 주권자인 국민이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분노를 표했다.

그는 “이제 한 사람의 재판장에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며 “국민 일반상식에 부합하는 판결 시스템인 국민참여재판을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이 부회장 재판과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참여재판 확대를 주장했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의 의사’에 따라 형사사건 합의부 관할 사건으로 한정된다. 민사재판은 물론 법원 및 검찰이 국민참여재판을 개시할 수 있는 수단도 전무하다.

법률상 허점을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지난해 6월 12일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법원이 직권 또는 검사의 신청에 따른 국민참여재판의 회부 결정’이란 내용이 담겼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12일 법과정치와의 통화에서 “우선 해당 법안은 법사위 소관”이라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 국회, 법무부 모두 개정의 필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미룰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구체적으로 사개특위가 종료되는 6월 말까지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의원실이 내놓은 개정안은 4년 전 대법원 산하 국민사법참여위원회가 제시한 개정 최종안을 대부분 반영했다. 당시 국민사법참여위원회는 법무부를 통해 법안을 발의했는데 법무부는 각종 논란에 휩싸이자 당초 안을 대폭 축수‧수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여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당초 위원회 안이 뒤집어졌다”라며 “심지어는 참여재판을 축소시키는 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야 모두에게 지지를 받을 수 없는 안이 올라왔기 때문에 결국 19대 국회 법사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 2014년과 달리 한 발 물러서 국회 개정 발의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성호 의원과 이재정 의원의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라며 “사개특위 등 국회의 논의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 국민참여재판 개정관련 법안은 모두 8건이 발의됐다. 하지만 이 중 단 한 건만 수정 가결됐을 뿐 나머지 7건은 19대 국회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가결된 법안도 쟁점사항인 ‘개시 요건’ ‘배심원 기속력’ ‘배심원 수 조정’ 등은 다뤄지지 않았다.
 

국민참여재판 준비하는 법원 관계자 모습 [사진=연합뉴스]


◆ 배심원 기속력 강화…정치권 vs 법조계 엇갈린 시각

우리나라 국민참여재판제도는 영미식 배심원제와 대륙식 참심제도를 적절하게 혼용한 형태를 띠고 있다. 법관의 관여 없이 평결을 내린다는 점은 배심제의 본질적 부분이다. 반면 배심원이 유‧무죄에 대해 전원 합치된 의견을 내지 못할 경우 심리에 관여한 판사의 의견을 들은 후 유‧무죄 평결을 내린다는 점은 참심제적 성격을 지닌다.

주목할 부분은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죄‧무죄 평결을 내리지만 ‘권고적 효력’에 그쳐 입법 취지와 다르게 배심원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헌법에 국민참여재판 근거 조항을 마련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당시 변호사 출신의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배심원 평결이) 권고효력만 있고, 법관이 평결을 유도할 우려가 있다는 게 나타났다”며 “헌법 규정으로 국민참여재판이 지금 이상 많은 범위 내에서 권한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대법원 판례는 배심원의 평결에 사실상 기속력을 부여하고 있지만 현행 국민 법률에서는 기속력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법관은 배심원 평결에 따르도록 하고, 예외적으로 따르지 않을 경우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근영 사무처장은 “기속력 인정 부분을 비롯해 참여재판제도 대상범위가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며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법조계에선 배심원의 기속력 강화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무법인 향법 김종귀 변호사는 법과정치와의 통화에서 기속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여권과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위헌 시비가 있다고 본다”며 “헌법 27조에 따르면 ‘법관에게 재판받을 권리’가 있는데 판사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결론을 내는 것은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제한이 있는 것(배심원에 반하는 결정을 하는 경우 이유를 설명)으로 알고 있다”며 “직업판사들이 훨씬 많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공정한 결론이 나온다. 그 정도는 신뢰를 한다”고 말했다.

앞서 2013년 대법원 산하 국민사법참여위원회도 개정안을 내놓을 당시 배심원에 대한 기속력 부분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국민사법참여위원회가 미국식 배심재판과 같이 법적 기속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했다”며 “다만 현행 헌법 제27조와 헌법 적합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배심원의 의사를 최대한 재판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 피고인에 불리한 제도?…법 홍보‧교육 필요성 대두

일각에선 개정 여부와 별개로 국민참여제도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피고인은 국민참여재판을 이용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여론재판 양형이 무섭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죄를 다투는 사람들 중 일반인의 관점에서 봤을 때 유리하다고 싶을 경우에 한해 신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길면 3~4일 짧으면 하루 만에 재판이 진행되기 때문에 통상적 재판절차에 비해 피고인측이 검사 측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변호사는 “검사는 증거까지 준비하는 경우가 많지만 변호인은 재판이 진행되는 걸 보면서 재판 전략을 수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증언도 들어보면서 어떤 증인을 세울까 고민해야 하는데 이런 것을 한 번에 준비하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이밖에 출범 10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국민참여재판은 국민과 괴리감이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2008∼2016년까지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 12만4192건 가운데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경우는 1972건으로 단 1.6%에 그쳤다.

한국국제대학교 경찰행정학과 한성훈 교수는 국민참여재판이 국민들에 다가가는 방법으로 홍보를 통한 국민 의식 제고를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대법원서 라디오나 지하철광고, ‘국민참여재판 그림자배심 프로그램’을 통해 형사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신청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했다”며 “하지만 그것만으론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오기는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한 교수는 “사법기관이 교육기관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민참여재판제도와 관련된 법 교육의 책임은 전적으로 시민사회 자율에 맡겨져 있다”며 “잠재적 배심원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참여재판 관련 법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법 교육을 증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잠재적 배심원인 국민들이 생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지급되고 있는 일당과 실비를 현실화 시켜줄 필요가 있다”며 “일반 국민이 재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뿐만 아니라 경제단체, 노동단체 등 범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함께 실효성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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