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대진단-수출] 올해 한국무역 긍정·부정요인 상존…수출 구조상 문제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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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기자
입력 2018-02-1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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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수출 고부가가치화 등 질적 성과 높이는 데 주력"

  • 수출 품목·수출 시장 다변화 꾸준한 노력 이어져야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14년 우리나라 무역규모 1조 달러 달성은 국민에게 무역강국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2015년 이후 2년 동안 수출입이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무역규모가 1조 달러를 다시 하회하고, 국내 경기 회복도 계속 지연됐다. 이에 우리 경제도 선진국 문턱에서 다시 좌절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지난해의 경우, 이런 우려가 기우였음을 보여준 한 해였다. 지난해 수출이 전년 대비 15.8%, 수입이 17.8%의 폭발적인 증가율을 나타내면서 무역규모도 다시 1조 달러를 상회하기에 이르렀다.

또 높은 수입 증가율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사상 최대인 953억 달러에 달했다. 2000년대 초 100억 달러 내외에 불과했던 무역흑자 규모가 15년만에 10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수출급증으로 세계수출에서 한국의 위상도 2016년 8위에서 2017년에는 6위로 상승했다.

이처럼 지난해 수출이 대폭 확대된 이유는 우선 수출물량과 단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수출단가는 지난 3년간 하락세에서 벗어나 10% 가까운 상승률을 나타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가격이 상승한 데다 수급 개선으로 반도체·철강제품 등 가격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4년 이후, 미미한 증가에 그친 수출물량도 지난해에는 세계경기 회복에 힘입어 5% 이상 증가했다.

품목별로 반도체와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57.4%나 증가했으며, 전체 수출 증가분의 거의 절반 정도가 반도체에서 발생했다.

반도체 수출 급증은 수요 대비 공급부족으로 메모리 가격이 크게 상승한 데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의 데이터 서버용 메모리 수요 확대와 고사양 스마트폰 확산에 따른 메모리 탑재용량 확대에 기인한다.

또 지난해 25%에 달하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도 전년 대비 각각 23.5%, 31.3%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석유 관련 제품 수출액은 국제유가와 상관관계가 0.95에 달할 정도로, 국제유가 변동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세계경기 회복으로 중동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 대한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도 이유로 지적할 수 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부진했던 아세안·중국·일본·유럽연합(EU)지역에 대한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며,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다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지난 2년간 수출 감소로 인한 통계상의 기저효과도 지난해 두 자릿수 수출 증가 주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수출은 1980년대 이후 △오일쇼크 △외환위기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 충격이 있을 경우, 일시적으로 급격하게 감소하나 이후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수입급증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해 불황형 흑자라는 오명도 벗어났다.

지난 2015∼2016년 우리나라 무역흑자 규모는 이전보다 거의 2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무역흑자 확대가 수입감소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불황형 흑자로 불렸다.

올해에도 우리나라 무역은 순조로운 흐름을 지속할까? 2018년 대외무역 여건을 살펴보면, 긍정적 측면과 불안요인이 함께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는 선진권의 완만한 성장과 개도권에서의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유가도 세계경기 회복에 따른 원유 수요 증대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의 감산 재연장 합의 가능성 등으로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이 예상된다.

세계경기 회복과 국제유가 상승 등은 우리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점진적 금리인상 △약(弱)달러 정책 옹호 △유럽중앙은행(ECB) 자산매입 축소 등에도 신흥시장으로의 투자자금 유입과 우리나라 경상흑자 지속으로 인해 지난해보다 다소 하락할 전망이다.

또 지난해 호황을 보인 국제 반도체 시장도 수요확대의 지속에도 불구하고, 공급 증가로 인한 가격상승 폭 둔화로 2017년보다 수출증가세가 낮아질 전망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런 대외 여건을 감안할 때 2018년 수출증가율은 세계경기 회복세 지속으로 수출물량의 증가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해 수출급증에 따른 기저효과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원화 강세 등으로 2017년보다 크게 낮아진 5.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도 유가상승 폭 둔화에 따른 에너지 자원의 수입 증가 둔화와 기저효과 등으로 7.7%의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수출보다 수입이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면서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17년보다 다소 줄어들지만, 여전히 과거에 비하면 높은 수준인 900억 달러 내외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에도 무역규모 1조 달러 달성과 무역흑자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이나, 수출 구조상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반도체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전기·전자 등 IT제품의 수출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디지털TV 등 IT제품의 경우, 한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제품이 경기변동에 취약한 데다, 중국 정부의 주력 육성제품이라는 점은 장기적으로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이미 중국이 한국을 추월했고, 휴대폰·반도체 등에서도 중국정부의 대대적 지원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자동차·조선 등 기존 주력 수출상품의 경쟁력 약화와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한 현지 생산 확대로 인한 수출증가폭 둔화, 높은 중국경제에 의존도 역시 부담스러운 측면이다.

과거 중국은 우리나라의 가공무역 기지로 중간재 수출확대에 기여했으나,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정책으로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자국산업 육성정책 등으로 우리 제품이 중국에서 설자리가 줄고 있다.

수출의 국내경제 파급효과가 줄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로 지적된다. 이는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통신기기·석유화학·석유제품 등 자본·기술집약적 제품의 비중이 확대돼 수출이 고용 및 관련 중간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약화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고용에 미치는 효과가 큰 중소기업의 수출비중 감소도 수출의 국내경제 파급효과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한국이 지속성장을 위한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이런 수출 구조상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주요 과제다.

우선 가격경쟁력에 의지하기보다 수출의 고부가가치화 등 수출의 질적 성과제고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수출품목과 수출 시장의 다변화도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중국을 넘어 아세안·인도·호주 등 신남방 국가와의 교역을 확대하고, 신산업 육성을 통한 수출품목의 다변화와 한류를 활용한 소비재 품목의 수출 확대를 위해 다각적인 지원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수출의 국내경제 파급효과를 확대하기 위해 중소·중견 기업의 수출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부문의 지원이나 국가 차원의 브랜드 구축, 중소기업의 수출과정에 대한 지원정책 수립 등이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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