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경기였다. 시쳇말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14일 강릉 관동 하키 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일본에 1-4로 패했다.
단일팀은 스위스(0-8패), 스웨덴(0-8패)전에 이어 일본에 패하면서 3패를 당했다. 일본과 경기 전 4강 진출은 이미 좌절됐고, 조별리그 4위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일본전은 대회 3경기 가운데 가장 경기력이 좋았다. 만만치 않은 전력의 일본과 대등히 맞선 것만으로도 놀라운 성과다.
시작부터 엉켰다. 경기 시작 4분 만에 순식간에 2골을 허용했다. 또 완패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단일팀 선수들은 필사적으로 몸을 던졌다. 투지를 넘어 투혼을 불살랐고, 근성이 살아났다. 조직력도 끈끈해졌다.
새라 머리 단일팀 감독은 경기 후 “우리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를 보여줬다. 지금까지 일본을 상대로 한 경기 중에서 최고였다”며 “경기 시작 5분도 안 돼 2골을 내줘 포기할 수도 있었는데,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 잘 싸워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박수를 보냈다.
단일팀의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8일부터 5~8위 순위결정전을 치른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된 팀들과 두 경기를 더 치른다. 세계랭킹 등 객관적 전력으로 따졌을 때 일본과 7~8위 순위결정전에서 다시 붙을 가능성이 높다.
머리 감독은 “단일팀이 성사된 뒤 남북을 따로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팀으로 생각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다들 한 팀이 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며 “한일전은 역사적 배경을 생각하기보다는 아시아 최강이 되기 위해 이기고 싶었다”고 숙명의 라이벌 일본전에 대한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올림픽 사상 첫 골이 터지면서 단일팀의 사기도 치솟고 있다. 올림픽 첫 승의 기적도, 이날 보여준 ‘팀 코리아’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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