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사들이 미국발 철강 관세 폭탄에 당혹해 하고 있다. "설마 그러겠느냐"는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18일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수입 철강에 대한 규제를 계속 늘려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더 센 극약 처방이 나오게 돼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번 권고안이 확정되면 이미 오를대로 오른 국내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가 더 높아져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다만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1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국 산업 보호법인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철강 수입안보 영향 조사결과 및 조치 권고안을 제안한 바 있다.
총 3가지인 이 권고안은 모든 국가의 철강제품에 최소 24%의 관세 추가 부과하거나 한국, 중국, 브라질, 러시아, 터키, 인도 등 12개국을 대상으로 최소 53%의 관세를 부과, 나라마다 대미 수출액을 지난해의 63% 제한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미국은 2016년 기준 2170만t의 철강을 순수입한 세계 1위 국가로, 이 기간 국가별 철강제품 수입액 비중을 보면 중국 20.9%, 캐나다 14.2%, 멕시코 10.1%, 한국 6.4%, 대만 5.7%, 일본 5.5% 등 순이다.
이번 권고안을 그대로 적용할 명단에서 빠진 캐나다, 멕시코, 대만, 일본 등은 반사이익을 얻고, 우리나라와 중국은 피해를 입을 공산이 크다.
물론 아직까지 시간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권고안을 검토하고, 오는 4월 11일까지 최종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앞으로 두어달이 데드라인인 셈이다.
정부와 업계는 이 기간동안 긴밀히 협력해 최대의 협상력을 발휘하는 등 수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는 미국에서 날아든 비보를 전달받은 직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휴인 17일 오후 백운규 장관 주재로 국내 철강업계와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 강학서 현대제철 사장, 임동규 동국제강 부사장, 이순형 세아제강 회장 등 국내 주요 철강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전원 참석했다.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도 대체불가한 우리나라 철강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자국 기업들의 비용부담을 높일 수 있어 부담이 될 것"이라며 "결국 이런 논란과 별개로 우리 제품 기술력을 향상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