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흥부’는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작가 흥부(정우 분)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 조혁(김주혁 분)과 조항리(정진영 분)를 통해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들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개봉을 앞두고 아주경제와 만난 정우는 극 중 조선 최고의 천재작가 흥부 역을 맡았다. 아직까지 작품과 캐릭터, 故 김주혁과 헤어지지 못한 정우는 인터뷰 내내 힘든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이다
이번 작품이 첫 사극이었다
‘흥부’의 첫인상은 어땠나?
- 제가 알고 있는 흥부와는 180도 달랐다. ‘흥부’라는 두 글자가 주는 이미지와 전혀 다른 캐릭터라 신선했던 것 같다. (캐릭터에) 연민의 정을 느꼈고 그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출연할 엄두는 나지 않더라. 선배님들이 하나, 둘씩 캐스팅되고 (그들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용기를 냈다.
왜 엄두가 나지 않았나?
- 이 극을 책임지고 끌고 나가야 하는 역할이지 않나. 거기다 사극도 처음이고. ‘누군가 저를 끌어줬으면’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다 선배님들이 합류하셨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故김주혁에 관한 신뢰가 엄청난가보다
- 선배님만이 가진 힘이 있다. 현장에서도 그것을 많이 느꼈고 의지했다. 저는 시나리오를 이미 다 알고 있고 영화를 봤는데도 감정을 추스르기가 힘들었다. 처음에 참여했던 것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돼 (영화를) 객관적으로 보기가 쉽지 않다. 촬영 당시도 많이 떠오르고 복합적인 감정이 밀려온다.
관객들에게도 여러 의미를 갖는 작품이 될 것 같다
- 복합적이다. 감정이…. 저도 그런데 다른 분들은 어떨지 사실 생각지 못했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보통 작품들을 볼 땐 관객들 반응을 예측하기도 하고 궁금해하기도 하는데 이번 작품은 아예 여유가 없었다. 정신도 없었고.
극 중 흥부와 조혁의 관계가 인상 깊었는데, 조혁이 김주혁이기 때문에 더 울컥했던 순간이 있었다. 마지막 조혁의 대사가 현실과 맞물리며 깊은 울림을 줬는데
- 흥부에게 말하는 장면인데 현실과 자꾸 구분이 안 되더라. 더 슬프고 눈물이 났다.
많이 의지했나보다
- 선배님과 많은 분량을 찍었던 건 아니었다. 또 흥부라는 캐릭터가 한 인물, 한 인물을 스쳐 지나가고 매번 (인물을) 만나고, 보내고, 또 혼자만의 길을 걷는데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그럴 때 김주혁 선배님을 많이 의지했었던 것 같다. 사실 선배님은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 연기 할 때 말하지 않아도 응원의 힘을 느끼곤 했다. 묵묵히 지켜봐 주셨고, 현장을 늘 따듯하게 해주려고 노력하셨다. 그런 모습을 닮고 싶었다. 따듯하고, 배려심이 많고, 남을 챙기고.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닮고 싶다.
그간 실존 인물을 연기해왔는데 흥부는 약간 다른 캐릭터였다
-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친근한 인물인데 영화 속 흥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니까. 사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흥부는 김주혁 선배님이 연기한 조혁의 모습 아닌가. 놀부는 정진영 선배님이 연기한 조항리에 가깝고. 그런 반전 이미지가 참신했던 것 같다. ‘고유명사’가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연기톤 잡는 것도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든다. 극 초반 흥부의 심리와 후반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
- 영화에서 풀어져 있는 인물은 흥부와 선출(천우희 분), 김삿갓(정상훈 분) 정도인 것 같다. 김삿갓이나 선출은 분량이 많지 않으니까. 극의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건 흥부라고 생각했다. 초반부터 극이 무거워지면 관객들이 편안하게 다가갈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연기 톤을) 조율했다. 작품마다 고민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초중반 이후부터는 그게 극 흐름이나 분위기가 있으니까 거기에 걸맞게 톤을 다르게 연기를 바꿨던 것 같아요. 하지만 톤 조절이 쉽지는 않았어요.
흥부가 느끼는 감정의 폭이 좁고 깊어서 그런 것 같다. 여러 인물과 짧게 만나지만 감정은 최대한으로 끌어내야 하는 신이 대다수였으니까
- 그렇다. 그게 가장 힘들었다. 보통 캐릭터들이 시간을 두고 감정을 쌓아나가지 않나. 그럼 고민이 덜 될 텐데 이번 작품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선출이 가고, 조혁이 가고, 놀부가 떠난다. 모든 상대역이 극단적 상황을 맞는데 감정들이 조금씩 다 달랐다. 제 감정을 보여줄 시간도 없었고 주된 이야기가 아니니까. 그런 부분들이 조금 힘들었던 거 같다.
연기에 관해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정답을 찾는 타입인가?
- 그렇다. 아직 부족한가 보다. 내공이나 경험이 더 쌓여야 되는 것 같다. 제 안에서 명분이라고 할까? 절실함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영화 ‘흥부’를 보는 예비 관객들에게 한마디를 전하자면
- ‘흥부’를 보고 김주혁 선배님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정)해인이, 정진영 선배님, 진구 씨, 정진영 선배님까지 모두 애썼구나 하고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좋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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