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금메달을 놓친 ‘스키여제’ 린지 본(34·미국)이 만감이 교차한 듯 눈물을 글썽였다. 이미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의 슈퍼스타인 그의 눈물에 의미는 금메달에 대한 ‘욕심’이 아닌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린지 본은 21일 정선 알파인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에서 1분39초69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소피아 고지아(26·이탈리아)가 1분 39초 22로 금메달을, 랑힐드 모빈켈(26·노르웨이)이 1분 39초 31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무릎 부상으로 2014년 소치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던 본은 2010년 밴쿠버 대회 이후 8년 만에 이 종목에서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경기를 마친 본은 “오늘 경기는 감정을 주체하기가 정말 여러 가지로 어려운데 특히 할아버지 때문에 더 그렇다”며 “할아버지를 위해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었지만, 할아버지가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라고 아쉬움을 머금은 채 애써 말했다.
이날 본을 응원하기 위해 가족도 한국을 찾았다. 본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사람의 인생이 너무 짧다는 걸 느꼈다”며 “한국에서 가족들과 모든 기억을 나눌 수 있어 의미가 크다. 내가 레이스를 펼칠 땐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가 달리는 것”이라고 남다른 의미를 담았다.
본은 22일 알파인 복합에서 금메달 획득에 다시 도전한다.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에게 금메달을 선사할 수 있을까. 마지막이 될지 모를 본의 올림픽 레이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