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칼럼-중국정치7룡]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는 남자"

⑰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리커창 총리(2)

리커창 총리. [사진=신화통신]

"옛날엔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지만(人在做 天在看)' 클라우드컴퓨팅 시대인 현대는 '권력의 사용은 구름이 보고 있다(權在用, 雲在看)'. 공직자는 사회각계 온라인 누리꾼으로부터 감독받는 걸 환영해야 한다."
<2013년 3월16일 리커창 총리 취임직후 기자회견에서>

"리커창은 중국 역대 최약체 총리다. 그의 문제는 ‘무능력(incompetence)'이 아니라 '무기력(impotence)'에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2015년 10월 15일자)>

"내가 만나 본 리커창은 겸손하고 온화하며, 지적이고 분명한 소신과 결단력을 가진 ‘극강(克强)’ 이라는 그의 이름 그대로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는’ 이유극강(以柔克强)한 인물이었다."
<이세기 한중친선협회 회장(전 통일원 장관·체육부 장관)의 리커창을 네 번 만나본 경험담 총평>

중국 제7대 총리 리커창(李克強)은 1955년 7월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34주년 되는 날에 안후이(安徽)성의 성도 허페이(合肥)에서 출생했다. 리커창의 부친 리펑싼(李奉三)은 현장을 거쳐 중급법원장, 지방역사지리 출판사 판공실 주임을 끝으로 퇴직했다. 그는 문화대혁명기간 홍위병들에게 구타를 당해 평생 불구자로 살았다.

리커창은 타고난 모범생이었다. 소학교 시절 그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성실하며 예의 바른 아이로 선생님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다. 1968년 가을 지방 명문 중·고교 허페이8중에 입학했으나 얼마 되지 않아 학교 문이 닫혔다. 최고조에 다다른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리펑싼은 영특한 아들의 교육을 안후이의 저명한 국학대사 리청(李誠, 1906~77)에게 맡겼다. 리커창은 그에게 사기(史記), 한서(漢書), 자치통감(資治通鑑), 소명문선(昭明文选), 고문사류찬(古文辞类纂), 경사백가잡초(经史百家杂钞)등 중국 고전을 5년간 학교에 복학할 때까지 배웠다.

문혁 초기 혁명의 동력이 되었던 대학은 마오쩌둥이 탈권에 성공한 1968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고 폐쇄됐다. “농촌에서 배우라”는 최고 영도자의 교시에 따라 고교 졸업생은 인민공사에 배치됐다.

1974년 고교를 졸업한 19세의 리커창은 명 태조 주원장의 고향으로 유명한 펑향(鳳陽)현 다마오(大廟)인민공사 생산대대에 배속돼 농사를 지었다. 그는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저투입 고생산’의 영농방법을 개발해 ‘고투입·저생산’에 허덕이던 현지 농민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았다. 리커창은 불과 2년 만에 다마오 대대의 1인자 지부당서기(면장 급)가 됐다.

'3전3기'의 오뚜기 덩샤오핑(鄧小平)이 재기에 성공한 1977년 가을, 10년 만에 대입시험이 부활했다. 그해 12월10일 치러진 대입시험엔 무려 570만명이 응시했다. 그 중 대학에 들어간 사람은 27만여명에 불과했다. 리커창은 제1지망을 안후이 사범학원으로, 제2지망을 베이징대 법률학과로 써 넣었다. 리커창은 후일 “안후이 사범학원을 제1지망으로 한 것은 학비가 무료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선발우선권을 가진 베이징대에서 그를 선발했다. 리커창은 1978년 3월 베이징대 법률학과에 입학했다.

인문사회 계열 중국 최고 명문 베이징 법대 재학 시절, 짙은 눈썹에 큰 눈의 수척한 외모의 리커창은 늘 과묵하고 조용했다. 언행에 급격한 감정변화도 없었고 규칙을 잘 지키고 단체생활을 잘했다. 교수와 상급자에게 고분고분하고 지시에 잘 따랐다. 발표를 잘하나 무리하게 많이 발표하는 경우가 없고, 과도하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자신의 발표 전에 타인의 발표를 더 들어보기를 원했다.

특유의 '이유극강'의 리더십과 친화력으로 4학년때 베이징대학 총학생회 상무위원장으로 선발될 때까지 리커창은 거의 모든 시간을 공부에 투입했다. 수업시간외에는 이른 새벽부터 황색 군용 배낭을 메고 도서관을 가고 점심과 저녁시간외에 도서관이 문을 닫을 때까지 공부했다.

리커창은 영어공부와 입법학(법정책학, 중국법학의 주류), 비교법학연구에 주력했다. 앞면엔 영문, 뒷면엔 중문해석을 단 자신만의 ‘영중(英中)사전’을 만들었다. 식당을 가서 밥을 먹든지, 외출해서 버스를 타든지 ‘리커창표 영중사전’을 들고 다니며 외웠다.

리커창은 '영국헌법자료'와 '영국헌법사'를 번역해 책으로 펴냈다. 두 번역서는 각각 전국인민대표대회 법제위원회 교재로, 베이징대 법률학과 참고교재로 사용됐다. 특히 1981년 대학 졸업반이던 26세때 그는 영국 저명한 대법관이자 세계적 법학자 알프레드 톰슨 데닝(Alfred Thompson Denning)경의 명저 '법률적 정상절차(法律的正常程式·The Due Process of Law)'를 번역(대표 번역자), 출판했다. 이 책은 아직까지 법학교양 필독서로 널러 읽히고 있다.

'법률적 정상절차'.

그리고 그는 칭화대학교 영문과 재학생이던 청훙(程虹)과 사귀어 훗날 부부가 됐다. 지금도 집안에서는 부인과 딸(하바드대학 박사과정 유학)과 영어로 소통한다는 리커창 총리의 원어민 뺨치는 유창한 영어실력은 그때 갖춰진 게 아닐까. 하지만 그는 외국인사와 공식행사에서는 ‘하우아유, 굿모닝, 생큐’ 따위 간단한 인사말조차 영어를 쓰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리커창 총리의 부인, 허난 정저우(河南郑州) 출생, 뤄양해방군 외국어학원(2년제 초급대학)졸, 칭화대학 영문과 졸, 중국사회과학원 문학박사, 전 수도경제무역대학 영어과 교수로 30여년 재직, 2008년 리커창 상무부총리에 임직하자 사직.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의 미국자연문학연구의 1인자. 

리커창은 영어뿐만 아니라 새롭고 실용적인 법학영역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국제상법'을 연구하기 위해 룽이런(荣毅仁) 전 국가부주석이 창립한 중국국제신탁투자공사에 실습을 나갔다. '해상법'을 공부하기 위해 텐진신항(天津新港)에 견학을 갔다. 교수들마저 '국제상법'과 '해상법'이 무엇인지 모를 때 이미 리커창은 도서관에서 '경제법' 영어원서를 읽고 있었다.

1982년 베이징대 졸업후 리커창은 미국 유학을 꿈꿨으나 베이징대 학교당국의 끈질긴 권유로 베이징대에 남아 경제학과 석사과정에 진학, 대학내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에 가입했다. 그해 공청단 상무서기로 있던 전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를 처음 만났다. 후진타오는 리커창의 명석한 두뇌와 근면성실함을 높이 평가해 공청단 중앙후보위원으로 승진시켰다. 이어 1983년 공청단 중앙서기처 후보서기로 임명되었으며, 1988년 경제학석사학위를 받는 동시에 공청단 중앙서기처 서기로 당선되었다.

1993년 국가부주석으로 등극한 후진타오는 리커창에게 공청단 중앙 제1서기(장관급)자리를 물려주었다. 리커창은 빈곤지역에 학교를 세워주는 ‘시왕공청(希望工程 희망공정)‘사업을 전개해 9000여개의 학교를 개설해 230만 학생들에게 면학 기회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