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여형구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한국이 아시아 동계스포츠 허브로 자리매김했으면"

예산 절감 과제 있었지만 빠른 의사결정 통해 문제 해결…많은 보람 느껴

올림픽 통해 국내 동계스포츠의 새 지평 열길

여형구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이 지난 20일 강원 평창군 조직위 사무실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올림픽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e-mail]]

#"이번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우리나라가 동북아, 더 나아가 아시아 전체의 동계스포츠 허브 국가로 자리매김하면 좋겠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국내 동계스포츠 저변이 확대되리라 믿습니다."

대회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던 지난 20일, 올림픽 막바지 지원에 여념이 없던 여형구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총장(59)은 강원 평창군 조직위 사무실에서 이뤄진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비전에 대해 이같이 이야기했다.

여형구 사무총장은 지금까지의 대회 준비 및 진행 과정이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만족스럽다고 자평했다.

그는 "올림픽 성과는 우리 조직위원회가 자의적으로 평가를 내릴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IOC(국제올림픽위원회) 관계자들은 이번 대회의 행사 진행, 선수 및 관객들의 호응, 치안 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렸다. 물론 수송, 숙박 등의 영역에서 미흡했던 부분들도 분명 많았지만, 이 역시 개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여형구 총장은 올림픽을 준비했던 지난 날들에 대해 술회하면서, 많은 보람도 느꼈지만 진행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는 이야기도 털어놨다.

여 총장은 "평창올림픽을 통해 국가 경쟁력 및 품격을 높이겠다는 다짐을 했고, 그 목표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 같아 기쁘다"면서도 "올림픽 준비 기간인 지난 2년 6개월여의 과정 동안 4번 정도의 조직 변경이 있었고 이를 통해 최종 준비 인원이 약 1200명 규모로 확정됐다. 사실 원활한 올림픽 지원을 위해서는 1900명 정도가 필요했다. 우리가 원하는 인력 수준에는 턱없이 모자라, 준비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지만 정부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도 이에 대한 예산을 절감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조직위 역시 이 상황에 맞춰 적합한 선택을 해야 했다"며 "무엇보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본부와 현장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현안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정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장 간의 목소리들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 총장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현안 조정회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현안을 △심각 △긴급 △보통 △미흡 등 4단계로 나눠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상황에 따라 각 현장에서 처리하되 심각한 수준일 경우에만 위원장이나 총리가 직접 나서서 해결했다고 여 총장은 덧붙였다.

또 "대회 준비 초반에는 조직위가 상부에서 명령을 하달하는 체계로 운영됐지만, 대회가 임박할수록 현장에 많은 권한이 부여되는 시스템으로 전환됐다. 쉽게 말해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 체계로 변한 셈"이라며 "대회 기간 동안 가장 중요한 장소는 바로 '베뉴(Venue: 올림픽 대회 개최 장소)'다. 앞서 강조한 의사결정의 90%도 모두 베뉴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차기 개최국인 중국에게도 좋은 벤치마킹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힘줘 말했다.

여 총장은 긴축 재정을 염두에 둔 탓에 대회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법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되 재정적으로 누수가 발생하지 않는 인프라를 건설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며 "예컨대 봅슬레이나 루지가 열리는 슬라이딩센터의 경우 보통 현장에서 코스를 완성하는데 반해 우리는 이를 구간별로 자르고, 공장에서 제작한 다음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공사기간도 기존 방식에 비해 절반가량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강릉아이스아레나의 경우 빙판이 거칠게 파여 빙질이 단단해야 하는 쇼트트랙과 비교적 부드러운 빙질을 필요로 하는 피겨가 단 2~3시간의 시차를 두고 열린다”며 “이 경기장은 상이한 빙질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며, 좌석의 경우 온도가 15도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한 공간 안에서 다양한 온도 조절이 가능한 경기장 건설 노하우도 다른 국가에 충분히 전수할 수 있는 요소라 본다"고 했다.

그는 이번 평창에서 최초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 올림픽을 구현한 것에 대해서도 강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여 총장은 "평창올림픽의 5대 실천 목표가 문화, 환경, 평화, 경제, ICT다. 5G, 인공지능, 증강현실 등 최첨단 기술을 이번 대회에서 처음 도입했는데, 이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어 큰 영광이라 생각한다"며 "대회 기간 내내 올림픽파크 체험관을 보면 늘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이처럼 ICT 콘텐츠는 관중을 흡입하는 커다란 힘을 갖고 있다. 앞으로의 올림픽에서도 이 ICT가 화두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여형구 사무총장은 이번 평창올림픽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동계스포츠 지평을 열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놨다. 그는 "평창올림픽이 그간 취약했던 국내 동계스포츠의 저변이 확대되는 마중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이번 올림픽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강원도는 물론 국가의 유산으로 남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어쩌면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한국에서는 당분간 스포츠 빅 이벤트가 열리지 않을 지도 모른다"며 "역대 최고의 올림픽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대회 끝까지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조직위 역시 폐회식까지 안전한 올림픽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