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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의 참견] '성희롱 논란' 조근현 감독, 왜 '흥부' 측이 사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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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2-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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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논란'을 일으킨 조근현 감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깨끗한 척 조연으로 남느냐, 자빠뜨리고 주연하느냐…어떤 게 더 나을 것 같냐?”

영화에서나 접할 법한 일이 실제 오디션 현장에서 벌어졌다. 한 영화감독이 개인 프로젝트 오디션을 보며 신인 여배우들을 모욕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영화감독의 신작 홍보일정 중 밝혀졌고 제작사·배급사 측은 공분하며 모든 홍보 일정에서 그를 배제했다.

이 경악할 만한 사건의 주인공은 영화 ‘26년’, ‘봄’, ‘흥부’를 연출한 조근현 감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성희롱 논란을 일으킨 조근현 감독은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없고, 애먼 영화 ‘흥부’ 측이 일일이 사과에 나섰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영화 ‘흥부’ 제작사 발렌타인필름 대표는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조근현 감독의 성희롱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모든 영화 홍보 일정에서 배제했다. (성희롱은) 참을 수 없는 일이고 영화 홍보 일정에서 배제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공분, 연신 “관객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역시 마찬가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측도 아주경제에 “소식을 접하자마자 제작사와 (홍보 과정 배제를) 결정했다. 어떻게 하는 게 제일 좋은지 방안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결국, 홍보 일정에서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을 결정했고 즉각적으로 조처를 했다. 관객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조근현 감독의 성희롱 발언은 그의 개인 프로젝트 오디션에서 벌어졌다. 영화 ‘흥부’와는 상관없는 사건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애먼 ‘흥부’의 제작사, 배급사가 일일이 사과를 전하고 있으며 빠른 조처에도 ‘흥부’=여배우를 성희롱한 작품이라는 애꿎은 오해를 사고 있다.

앞서 영화 ‘흥부’는 지난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은 배우 김주혁의 유작으로 알려졌다. 대중들은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고, 여러 의미를 담은 영화 ‘흥부’를 응원해왔다. 하지만 조근현 감독은 이 같은 대중들의 짓밟았고, 영화에 참여한 수많은 배우·제작진들을 모욕했다. 그야말로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린 셈이다. 김주혁의 생전 모습과 연기 열정을 담은 영화 ‘흥부’를 더는 추억할 수도 없게 만들어버렸다.

김주혁뿐만이 아니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는 정우를 비롯해 정진영, 정해인 등 많은 출연자와 제작진, 스태프들을 곤란하게 하고 또한 오명을 뒤집어쓰게 했다. 거기다 사건이 터지자 돌연 미국으로 잠적, 사과는커녕 일절 말이 없는 상황. 자연스레 ‘사과’와 ‘비난’은 영화 ‘흥부’ 측의 몫이 되었다. 이제 그만 조근현 감독이 직접 나서야 할 때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스스로 사과하고 사건의 피해자는 물론 영화 ‘흥부’의 제작진·스태프·배우는 물론 그의 영화를 사랑한 팬들에게도 고개를 숙여야 한다. 더 신인 여배우들과 영화 ‘흥부’ 측에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 마냥 침묵하고 있는 그가 조속히 진정성 있는 사과를 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편 조 감독의 성희롱 사실은 한 신인 배우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오디션 당시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밝혔다.

여배우는 “배우 지망생, 모델 친구들이 해를 입지 않도록 알려 달라”고 운을 뗀 뒤, “여배우는 연기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며 여자 대 남자로서 자빠뜨리는 법을 알면 된다. 깨끗한 척 조연으로 남느냐 자빠뜨리고 주연하느냐 어떤 게 더 나을 것 같냐. 오늘 말고 다음번에 또 만나자. 술이 들어가야 사람이 좀 더 솔직해진다” 등 조근현 감독의 성희롱을 폭로, 영화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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