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하기 좋은 봄날, 도시인들이 그저 가방 하나 가볍게 둘러메고 여행을 하기에 기차여행만 한 것이 없다.
걸어서 혹은 자동차로 보지 못할 비경을 기차에 편히 앉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기차여행이 가진 매력이다.
운전하느라 고생할 필요 없이, 그저 사랑하는 이의 어깨에 기대어(혹은 사랑하는 이에게 기꺼이 넓은 어깨를 내어주고)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는 기차 여행은 더없이 낭만적이다.
서울에서 강릉까지 KTX 경강선이 개통됐으니 이 교통수단까지 활용하면 완전한 기차여행이 완성된다.
강릉역에서 바다 열차 출발시각에 맞춰 정동진역을 왕복하는 셔틀버스가 있어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다.
과거 저 멀리서 황홀하게 떠오를 일출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졸린 눈을 비비며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밤새 달려 도착했던 곳, 바로 정동진역이 바다 열차 출발역으로 변신했다.
정동진에서 출발해 동해, 삼척까지 이어지는 바다 열차를 바다를 벗 삼아 함께 달리는 여느 열차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그건 오산이다.
기차 내부 좌석이 창문을 향해 놓여 있어 푸른 동해를 마주하고 달릴 수 있는, 내부 구조부터 '특이'하다.
열차 객실에 자리하고 달리는 내내 시원하게 펼쳐진 동해가 눈과 마음에 담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전개되는 각색된 낭만이 아닌, 동해가 선사하는 자연 그대로의 낭만이 오롯이 펼쳐지니 영혼까지 깨끗하게 정화되는 느낌이다.
바다 열차는 정동진역에서 출발해 북쪽에 자리한 안인역으로 갔다가 남하하면서 정동진역에 다시 정차하고 이후 묵호역과 동해역, 추암역, 삼척해변역을 거쳐 삼척역까지 총 56km를 달린다.
열차에서 내리지 않고 삼척역까지 갈 수도 있겠지만 한 번쯤은 역에서 내려 동해의 비경을 오롯이 감상하는 것이 좋겠다. 동해안에서 가장 이름난 해안 절경, 추암 촛대바위를 코앞에서 볼 수 있는 추암역을 추천한다.
추암역에 내려 고즈넉한 바닷가마을을 지나면 드디어 촛대바위가 등장한다.
애국가의 배경화면으로 등장했던 바로 그 '촛대바위'는 그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촛대의 길고 뾰족한 모양을 빼닮았다. 촛대바위 옆에는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니 해안절벽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걸으며 추억을 쌓기에도 좋다.
추암역에서 터널 하나를 지나면 붉은 카펫을 연상시키는 승강장이 이채로운 ‘삼척해변역’이 나온다. 본래 후진역이었으나 어감이 좋지 않다고 해 삼척해변역으로 바뀌었다.
바다 열차는 삼척해변역에서 오십천 철교를 건너 종착역인 삼척역 플랫폼에 머문다. 여행객을 싣고 숨가쁘게 달려온 길, 잠시 숨을 고르며 재충전을 한다.
바다 열차는 총 4량이다. 1,2호 칸은 30석과 36석의 특실과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6석의 프러포즈 실로 구성됐다. 와인, 초콜릿, 포토 서비스가 함께하는 프러포즈 실은 꽤 낭만적이다. 3호 칸에는 24석의 가족석과 24석의 이벤트실, 지역 특산품과 먹거리 등을 판매하는 스낵바, 아쿠아리움처럼 꾸며진 포토존 등이 있다.
사연을 받아 기념품과 함께 우편물을 발송해주는 서비스 덕에 아날로그 감성도 살아나고 DJ로 변신한 승무원들 덕에 흥겨운 분위기는 고조된다.
바다 열차는 평일 하루 2회, 주말 3회 왕복 운행한다. 왕복하는 데는 3시간 10분~3시간 30분(안인역 미 경유 시 약 2시간 10분) 가량 소요된다.
2007년 운행을 시작한 바다 열차는 현재까지 약 100만 명이 웃도는 여행객이 탑승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주말에는 매진되는 좌석이 많으므로 사전 예매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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